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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휴 칼럼/사람을 말하다

다육식물 창작자, 안경업을 만나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좋아하는 문구다. 조금 있어보이려면 <in spite of>라고 하면 더 괜찮다. 모든 건 극복하는 거다. 삶이란 것이 순탄하면 재미없다. 산은 넘는 것이고, 벽은 무너트리거나 또한 넘는 거다. 이건 내 삶의 모토이기도 하다. 이 말을 꺼낸 것은 사람만을 말하려는 건 아니다. 다육식물과 귀농농부인 안경업 둘 다를 말하려는 것이다. 

그는 일하고 있다. 그의 일상은 이런 장면의 연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에 빠져 산다. 대형 선풍기가 사람이 아닌 다육이에게로 향하고 있고, 주인은 땀을 뻘뻘 흘리고 있다. 세상이 어찌 돌아가는 건지? 민본은 어딜가고 하찮은 풀들을 떠받들고 있다. 땀을 닦으며 그는 말한다. "다육이는 더우면 싫어하고  통풍이 잘되야 하고  직사 광선은 안돼요." 다육이는 안경업씨의 자식이다.  

그는 다육이를 창작하거나 조련하는 것이며, 그들과 대화를 나눈다. 완성하는데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돈으로 말하자면 몇십만원이상을 호가하는 놈도 있으며, 때로는 윗돈을  줘도 안팔정도로 애착을 갖기도 한단다. 그의 말을 듣자면, 농장에서 재배하는 식물을 키우는 농부이기 보다는 아이에게 젖을 물린 어미의 마음이다.

농부의 흙묻은 삽, 새로운 곳으로 옮겨질 묘목들, 어머니와 한컷, 그리고 다육에게 허락이라도 받은 뜻 살짝씩 선풍기 앞에 서서 흐르는 땀을 말리는 모습. 어머니에게 안경업씨가 참 좋은 사람이라고 말하자, 어머니는 <나쁜 사람>이라고 말하며 웃는다. 요즘 말하는 그는 나쁜 남자인가보다. 가족 모두가 표정이 밝다. 해도 해도 일이 끝나지 않는 농촌의 삶이 그리 싫지 않은 그는 오래된 농부같다. 그의 그런 모습에서 고향의 내 아버지가 떠오른다.

그는 딸바보다. 아마 딸과 다육이는 동급일 거다. 애지중지, 20살이된 딸을 이젠 객지로 내보낸다고 말하면서 목소리 끝이 떨린다. 모두를 사랑으로 대하는 그는 첫인상과는 다르게 여린 마을을 가진 다육이 아빠이다. 또는 그는 다육 창작자. 그의 삶은 6동 비닐하우스 안에 존재한다.말하자면 그는 화초 테라피스트였으며, 스스로 치유를 하고 있다. 나와 똑같다. 포토 테라피스트가 명한다. 안경업은 다육 테라피스트임을.

다육식물 창작자, 안경업을 만나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