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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휴 칼럼/장소를 만나다

청담동 강정집, <강정이 넘치는 집> 아지트에서.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한복처럼 우리 것은 막 섞어도 잘 어울린다. 파랑치마에 노랑저고리, 파랑과 노랑이 합쳐지면 촌스러울 거란 예상을 깬다. 잘 어울린다. 오래된 원목으로 바닥을 깔고 벽에 세월의 흔적이 보이는 원목을  붙여도 어울린다. 세월의 흔적으로 메워진 그 <채움>은 모두를 포용할 수 있다. 청담동 강정집, <강정이 넘치는 집>에 가면 그걸 알게 된다. 


수험생의 계절이다. 겨울이 다가오며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면 그날이란 걸 느낀다. 강정집에는 척척 달라붙는 엿과 강정이 수험생들의 행운을 빌고 있다. 뽕뽕이 비닐안에 담긴 단체 주문 엿이란다. 대문밖에 선물 꾸러미의 고급스런 모습이 행인의 눈길을 끈다. 안에는 더욱 구미를 당기게 하는 대추차, 오미자차와 생강차 등 다양한 우리차가 고객을 기다린다. 커피는 기본이다. 이곳에선 커피보단 우리차를 마시는 게 멋스럽다.

데코레이션이 멋지다. 사장과 직원이 머리를 싸매고 고민한 거란다. 물건이 가진 고유의 디자인과 색깔이 아무대나 잘 어울리게 한지도 모른다. 한복처럼 말이다. 안에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물건의 종류와 내용을 감상하는 것도 관전 포인트이다. 카메라로 찍으면 모두가 작품이 된다. 

특히 점심시간이면 직장인들이 줄을 선다. 강정은 전통과자다. 디저트이다. 식사후 차와 디저트는 괜찮은 조합이다. 이 곳의 직원들은 주인의 모습을 하고 있다. 친철함은 물론이고 최선을 다한다는 것을 보면 느낄 수 있다. 고객이 퇴장하는 뒤를 따라가 배웅하거나 기분 좋은 목소리로 인사를 한다. 누가 주인인지 모를 그 주인정신이 쩐다. 괜찮은 풍광이다. 이곳에선 맛에다가 분위기까지 먹을 수 있다.

아름다운 사람은 떠난 자리도 아름답다. 화장실의 표어다. 순식간에 내온 음식을 먹어 치운다. 누구랄 것도 없이 이 곳 강정 앞에서면 체면이고 뭐고 없다. 이 정도다. 내가 강추하고, 아지트를 이곳에 만든 건 집이 가까워서가 아니란 거다. 이름처럼 <정>이 넘친다. 

청담동 강정집, <강정이 넘치는 집> 아지트에서.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