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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 고민하는 이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사랑할 수 있게끔 사진으로 치유합니다. TOPCLASS 백승휴인터뷰

성형 고민하는 이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사랑할 수 있게끔 사진으로 치유합니다
백승휴(44) 씨는 사진작가다. 사진기를 들고 사람을 만나고, 여행도 다닌다. 사람이든 풍경이든 찍는 순간 사물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담는 것이 그의 사진 철학이다. 또 그는 자신을 포토테라피스트라고 소개한다. 그동안 알지 못하던 자신의 매력을 사진으로 확인하면서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다는 것이 그가 주장하는 포토테라피의 원리다. 심리적으로 위축된 이들의 마음을 달래주는 포토테라피스트로 그가 꿈꾸는 삶은 누구에게나 좋은 날이 온다는 메시지를 보여주는 일이다.



정은주  TOPCLASS 객원기자



  서울 청담동에 위치한 백승휴 씨의 스튜디오에는 유독 사람 사진이 많이 걸려 있다. 순수한 미소를 띤 사람, 섹시한 스타일의 드레스를 입고 묘한 표정을 짓는 사람, 당당한 눈빛으로 보는 사람을 압도하는 사람 등 사진의 분위기는 제각각이다. 백승휴 씨는 “성형으로 얼굴을 자꾸 고치는 것은 스스로를 죽이는 일이다”라고 힘주어 말한다.
 
  “모든 사람은 세상에 태어날 때 자신에게 가장 알맞은 모습을 가지고 나옵니다. 원래 가지고 있던 코를 높이고, 턱선을 가늘게 고치는 것은 삶에 도움이 될 수 없어요. 스스로를 죽이는 행위죠. 사람은 누구나 한두 가지 이상 매력이 있다는 말은 옳아요. 저는 사진이라는 도구를 가지고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그만의 매력을 찾아내 보여줄 뿐입니다. 그 사람이 사진을 보고 자신감을 얻는다면, 그것이 포토테라피죠.”
 
  7년 전 그는 사진이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한 가지 실험을 했다. 자식과 남편을 위해 열심히 살아왔는데, 스스로 돌아볼 때 자신의 삶이 초라하게 느껴지면서 우울증을 겪는 중년 여성을 대상으로 인물 촬영을 시작한 것이다.
 
  “알뜰살뜰 보살피던 아이들이 자신의 삶을 찾아 떠나고나면 중년 여성은 빈둥지증후군을 앓습니다. 삶이 허탈해지죠. 마침 그때가 폐경기이기도 해서 눈가의 주름을 보며 ‘여성으로서의 매력이 이제 사라졌다’는 생각이 더해지면 상황은 더 악화됩니다. 이런 분들에게 여성성을 다시금 일깨워주기 위한 목적으로 포토테라피를 연구한 겁니다.”
 
  촬영 전 백승휴 씨는 모델과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모델이 지금 겪는 고민이나 불안감에 대해 이야기를 충분히 듣는다. 그다음에 사진을 찍는다. 모델의 가장 아름다운 부분을 부각시킬 수 있는 의상과 메이크업도 필수다.
 
  “할머니가 일흔이 넘어도 여성성을 간직하는 것과 그렇지 않는 것은 굉장한 차이가 있습니다. 아직 당신은 여성으로 건재하며, 충분히 매력적이라는 점을 사진으로 보여주는 거죠. 제 생각에 여성이 여성임을 포기하는 순간 비극이 온다고 보거든요. 이렇게 사진 촬영을 하고 난 후 그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관찰합니다. 그저 놀라울 뿐이에요.”
 


  그는 포토테라피가 중년 여성의 자신감 회복을 도울 뿐만 아니라,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좋다고 설명한다.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은 살을 빼기 전 모습과 살을 뺀 후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면 요요현상을 막을 수 있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그는 MBC 아침방송 <회춘프로젝트-100일간의 기적> <채선당의 미쓰아줌마 프로젝트> 등에서 포토테라피의 효과를 소개해왔다. 대학원에서 쓴 논문도 이러한 과정을 거친 ‘포토테라피’가 주제다.
 
  “살이 점점 빠지는 모습을 사진으로 보다 보면 자신감은 계속 커집니다. 단순히 다이어트에 성공하느냐 자신감을 갖느냐는 둘째 문제고요. 스스로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 포토테라피의 핵심이지요.”
 
 
  누구나 찍는 사진을 왜 찍을까
  


  충남 보령 출신인 그는 전자공학과 신입생이 되던 스무 살 때 서울생활을 시작했다. 용돈을 벌기 위해 사진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그는 사진 찍는 일에 흥미를 느꼈다. 그는 무엇에 한번 빠지면 완전히 몰입하는 편인데, 4학년을 마칠 때 그의 통장에는 웨딩사진 촬영으로 모은 돈 2000만원이 있었다.
 
  “집에서는 난리가 났죠. 기껏 서울로 대학 공부하겠다고 간 아들놈이 사진사가 된다고 했으니까요. 저도 쉽지 않았어요. 진로를 결정하기 전에 졸업하고 회사에 취직한 선배 세 분을 찾아다녔어요. 직장 생활 1년, 5년, 10년차 선배가 들려주는 인생 이야기를 듣고 마음의 결정을 했죠. 그냥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겠다고요.”
 
  그가 뛰어든 분야는 웨딩 촬영이다. 그는 아르바이트로 사진을 찍던 대학생 때부터 인기 있는 웨딩촬영 사진가였다. 그는 “내가 남들보다 사진을 잘 찍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사진가로 당당한 이미지를 보였고, 그 자신감이 사람들로부터 신뢰를 얻는 데 도움을 준 것 같다”며 웃는다. 그는 11년째 국제대학에서 모델을 대상으로 강의하고 있으며 중앙대 지식산업교육원에서 포토 에세이와 인물사진 콘텐츠 과정 주임교수로도 활동 중이다. 강남구청에서 공무원을 대상으로 사진 강의도 열고, 9월에는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 선발전 사진-실내직종의 지도위원도 맡을 예정이다. 그가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하나다. ‘자신을 알고 소중히 여기라는 것’이다.
 
  “6년 전 수필 공부를 시작했는데, 지금 중앙대에서 포토에세이 강의를 하고 있어요. 포토에세이 강의를 하기 위해 수필을 배운 건 아니에요. 그저 사진을 찍으면서 글도 쓸 줄 알면 좋겠다 싶었어요.”
 
  연둣빛 바지에 화려한 꽃무늬 셔츠를 입은 그에게 화려한 차림새를 좋아하는지 물었다. 그는 “새빨간 팬츠부터 없는 색깔이 없다. 내가 입고 싶은 건 다 입어야 한다. 여성보다 남성이 더 화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자세히 보니 그의 머리 스타일도 심상치 않다. 그는 엊그제 새로 파마를 했는데 모양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웃었다.
 


  “사진 촬영은 안 했으면 좋겠어요. 지금 제 모습을 보이기는 정말 싫거든요. 머리 모양이 마음에 안 들어서요. 바로 이런 자세예요. 자신의 이미지를 스스로 관리하는 거죠. 인터넷 포털에서 제 이름을 검색하면 뜨는 사진 보셨나요? 굉장히 열정적인 눈빛의 사진이죠. 그 사진을 통해 제가 사진도 그렇게 찍는다는 인상을 줄 수 있을 테니까요.”
 
  인터뷰를 마칠 즈음, 그는 사진 촬영을 망설이고 있었다. 잠시 고민하던 그는 스튜디오의 촬영 조명을 켜기 시작했다. 조금 떨떠름한 표정으로 포즈를 잡는가 싶더니, 곧 강렬한 시선을 카메라를 향해 던졌다.
 
  “저는 몰랐어요. 제가 자존심이 상당히 강한 편이라고 하더라고요. 사진을 통해 저 자신을 검증해볼 수 있었어요. 사진 찍는 일을 정말 사랑해요. 다른 사람들도 찍을 수 있는 사진을 찍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그러기도 싫고요. 현장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추억을 만드는 일에 몰두하고 싶어요.”
 
  사진 : 김선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