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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휴 칼럼/Photo Essay

인간의 의지가 존재하는 금산, 솔내음식당을 가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행운은 갑자기 찾아와야 제맛이다. 그날이 그랬다. 이윤화대표가 바로 나에게 그런 기운을 느끼게 해준 장본인이다. 음식전문가인 그녀가 나를 팸투어에 초대해 준 것이다. 사람은 실력보다 관계를 어떻게 맺느냐가 관건이란 이야기를 들어며 인생을 살아왔지만 그것을 납득하게 했던 사건이기도 했다. 여행시켜주고 먹여준다는 두가지의 조건은 의지에 선택권을 앗아가 버렸다. 2013년 9월 13일 아침 분위기 있게 비가 내려주고 있었다. 아흐, 아롱다리! 출발.

'청산에 살으리랏다!'가 아닌 금산을 사랑하겠다는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그 글자를 부각시키기위해 도시락을 묶었던 끈을 흐릿하게 포함시켜 사진을 찍었다. 가장자리의 선명도를 희생시키는 비넷팅 기법으로 '금산애..'라는 글귀를 버스 창가로 들어오는 윈도우 조명을 이용하여 찍어 냈다. 

기념촬영의 의미는 기념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정도의 프랭카드를 사진에 포함시키려면 사람의 숫자가 필요하다. 인해전술처럼 수적 아우라를 인식시키기위한 하나의 표식인 것이다. 조용히 대열에 동참하여 감미로운 미소를 만들기 위해 안면운동을 하고 있던 나에게 갑작스럽게 사진을 찍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나의 촬영특허를 활용하여 낯선 사람들앞에서도 무장해제를 시키는 웃음을 만들어냈다. 웃음은 경계를 풀고 긍정을 만들어낸다. 그 긍정은 음식을 먹더라도 더 맛나게 느낄 수 있도록하는 준비운동과도 같다. 몸을 전부쓰지 않더라도 입가의 근육만 운동시키더라도 밥상에 차려진 음식의 질이 다르게 느껴진다. 촬영 끝!

전부 블로거들이라서 움직이는 곳곳에는 카메라의 셔터소리가 리듬감을 줬다. 역시 먹으러 들어가는 발걸음은 힘찰 수 밖에 없다. 자! 먹는거야...

황금버섯과 백만송이가 함께 목욕을 하고 있었다. 백만송이는 백의민족을, 황금버섯은 황인종과 황금을 의미하고 있었다. 이것은 전부 내 생각이다. 해설자의 설명에는 없었음을 고백한다. 이들에게 약초국물을 다린 육수가 채워지고 끓기 시작했고, 우리는 흐느적 거리는 놈들부터 낚시질을 시작했다.

살짝 고개를 내민 가죽비빔밥과 허벌쩍 바닥에 누워있는 가죽전이 서로의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산부추가 섹시함을 드러내고 있다. 된장이 녹색과 대비를 이루면서 열정적으로 보인다. 한움쿰 집어 들고 된장에 찍어 먹으니 그 사각거림과 육즙이 청각과 촉각을 자극하고 있었다. 샤브샤브요리 안에 들어있던 담백한 고기맛에 그 뒷맛을 개운하게 했다. 마당으로 나가니 산부추가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는 전시용 밭이 있었다. 주인장의 배려가 담겨 있었다. 한시도 쉬지 않고 뭔가를 하고 있어야 직성이 풀리는 나와 많이 닮아 보였다. 

금산약초 명품음식푸드투어 활성화사업단에서 만든 비빔밥은 연구사례라고 적혀 있었다. 주인의 약초사랑은 끝이 없었다. 열정적인 눈빛에는 음식에 대한 집념이 담겨 있었다. 여행 가이드보다도 더 쎈 말빨이 밥을 먹다 숫가락을 손에 들고 멍하니 바라보게 만들었다.

불로거들의 인터뷰 요청 쇄도에도 흐트러지지 않은 몸짓과 짜증스럽지 않은 말투로 재차 설명하고 있는 주인장의 목소리를 듣노라니 맛나게 먹었던 그 음식들이 사랑스럽게 느껴지게 했다.

여기서부터가 금산에 최고봉 서대산의 시작이라 했다. 15만평에 심어 놓은 약초들이 주인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씨를 뿌리는 것이 아니라 뿌리를 심어서 약초를 채취한다는 말을 해주기위해 뿌리를 캐고 있다. 

산딸기라고 했다. 메추리알 두배만한 크기의 산딸기가 녹색 치마를 입고 수줍은 듯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살짝 만지니 물컹거리는 것이 잘 익어 있었다. 살짝 따서 입안에 우선 들어갔을 내가 바라보기만 했던 이유는 점심으로 먹었던 산내음 식당의 음식들이 뱃속에 더 이상의 음식물 반입을 거부하고 있었다.  

흔들린, 핀트가 나간 사진이다. 이야기를 하다가 이윤화대표가 던진 한마디에 갑자기 주인장은 해맑게 웃었다. 그는 소년의 꿈과 청년의 열정을 가지고 서대산 자락 밑에서 그의 열정을 불태우고 있었다. 그는 고단하지 않음을, 끝까지 이땅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로 뿌리를 내릴 것이라는 의지를 한방의 웃음소리 속에 담아서 뿜어 내고 있었다.

권한다. 산내음의 음식을 먹고 있노라면 진정한 웰빙의 삶으로 인도받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도 그럴것이 직접 재배한 것들을 오래토록 보관하기위해 대형 냉동고까지 지어놓고 찾는 이의 입맛을 유혹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족끼리 찾아가서 웰빙음식도 체험하고 모노레일도 타보고 자연 속에서 도심에 찌든 때를 벗겨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솔내음 식당. 충남 금산군 추부면 성당리 544-10. (041-752-63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