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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휴 칼럼/Photo Essay

나에게 추석이란 의미는?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1년에 두번 있는 명절은 어김없이 찾아 온다. 때로는 밀리는 귀향길에 피곤해 하기도 하고, 차례를 지내고 나면 곧바로 귀성길에 오르기도 한다. 그러나 하루 하루가 그렇듯이 그 해의 명절 그 시각들은 지나고 나면 추억으로 남으며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천고마비라, 하늘은 높고 먹거리가 풍족하니 말이 살찐다는 말이다. 요즘처럼 다이어트에 신경쓰는 사람들에게는 달가운 상황은 아니다. 다양한 과일들과 곡식, 그리고 해물들이 풍성하니 만나는 사람마다 여유롭다. 벼이삭이 잘 익으려면 날씨가 좋아야하니 당연히 가을하늘이 맑고 푸르러야 한다는 생각한다.

추석전 1-2주전에는 온 산이 풀깎는 기계소리가 매미의 울음소리를 잠재운다. 올해는 2주전 일요일을 정해, 산소에 벌초를 했다. 사촌들과 함께 하기로 했는데 전날 아버지와 작은댁 식구들이 전부하고난뒤 묘 한장만 남겨놔서 그냥 포퍼먼스하듯 간단한 행사로 치르기하고 끝냈다. 참여했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수밖에 없었다. 나는 아들과 함께 다녀왔다.

산소로 올라가는 도중에 오래된 경운기를 만났다. 할일을 끝낸 경운기가 버려진지 몇년을 지난듯 풀들이 옷을 입고 있었다. 이양기, 콤바인, 그리고 트렉터와 같은 것들이 경운기가 했던 일들을 정밀하고 전문적으로 해내며 경운기의 일들을 대신하기에 이르렀다.

아들 인혁이가 증조할머니와 기념촬영을 했다. 나의 할머니는 올해 99세이다. 그녀는 인간 수명의 한계에 도전 중이시다. 4대가 한자리에 모여 산다는 것은 축복이다. 물론 함께 살지는 않지만 모이면 4대가 된다. 우리집 장손이 결혼이라도 해서 아이를 낳는다면 5대가 된다. 몇살까지 사실지는 모르지만 지금도 장수인 것만큼은 확실하다. 사진 뒷편에는 고추말리기가 한창이다. 과일은 익으며 대부분 붉은 색을 띤다. 붉은 색이 식욕을 돋구는 것을 잘 아는 모양이다. 자연의 영험함은 인간이 따를 수 없을 정도의 아우라로 인간을 꾸짖곤 한다.

명절하면 떠오르는 일이 철질이다. 동그랑땡이나 두부전과 같은 것들이 겨란에 뭍혀져 기름에 튀겨진다. 예전에 비하면 일이 편해졌다. 왠만하면 시장에서 사온다. 이번에도 송편을 어머니가 떡집에서 사오셨다. 가족들이 모여앉아 송편을 만드는 정겨움도 편리함의 이기에 의해 밀려났다. 벌초도 낫으로 하던 것이 기계가 대신하고 있다. 

요즘은 아이가 귀한 시절이라 온 가족의 관심이 몰린다. 이 아이도 조상들을 뵐 준비로 머리 손질을 하며 마음을 다진다. 음식 준비만이 차례준비의 끝은 아니다. 몸갖음을 정갈히해야 한다. 조상을 모신다는 것은 나를 위한 마음의 준비라고 봐야하기 때문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정성스럽게 준비한 차례상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올 추석에는 음복으로 서너잔을 마셨더니만 알딸딸한것이 기분이 묘했다. 성묘길에 이마를 때리는 가을 바람이 마음까지 시원하게 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