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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관련/백작가의 '작가만들기'교실

과정과 결과의 헥깔리는 이중주.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사진을 상황을 종료시키는 단백함을 가지고 있다. 모든 상황을 박제화시킨다. 그 표면적인 결과물에서 우리는 결론을 내리곤 한다. 그러나 그것이 과연 결과일까, 보는 사람의 사고 속에서 계속적으로 활성화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면 그것이 결과로 결론을 내리는 것은 착시처럼 뭔가 잘 못된 판단이 될 것이다. 틀림없이 그것은 또 다른 것에 영향을 미치면 계속적인 상황전환에 대한 연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결과로 결론 지을 수 없으며, 그것은 논제의 혼란 속에 빠져들게 만든다.

말장난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던지는 농담이 아무런 의미없는 아우성처럼 들릴 지 모르지만 그것 또한 사람끼리의 관계지음에 지대한 역할을 한다. 사진이라는 종이 조각을 앞에 놓고  멍하니 바라보며 감정적 유희에 빠지는 것이 바람직한가를 따진다면 그것은 과학이 던져준 이기를 낭비시키고 결국은 비전을 고갈시키는 행위를 저지르게 된다. 사진은 논의의 대상이며 뿜어져 나오는 스토리의 소용돌이이다. 우리는 그 속에서 희로애락의 놀이로 전환시켜야 하는 의무적 무게감을 느껴야 한다.

여행 중 화장실 벽에 붙은 말의 요약이다. '여행의 매력은 당황스런 상황 속에서도 또 다른 가능성을 배우는  것이다.'  말이 비단 여행뿐이랴. 우리의 삶을 이야기하는 것이며, 여행에서 삶의 교훈을 던져주는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크게 길을 잃어 당황한 것은 아니었지만, 길을 찾다가 만난 광경에 취해 카메라의 셔터를 이리저리 눌러 대다가 만난 이광경, 틀림없이 버려진 농장 구석의 귤들이다. 그러나 '상황종료'라는 결론으로 끌고 가기에는 그 색감에서 오는 시선처리가 만만치 않았다. 떨어진 꽃잎이 예뻐 보인지 오래지 않은 나에게 그들의 아우성은 상황을 계속 진전시키고자하는 욕구를 불러 일으켰다. 그것은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다음을 기약하는 과정이다. 사진은 판단의 근거를 제공하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이의 생각 속에서 결코 죽어가는 존재가 아닌 생존을 희망하는 존재자로 재구성하고 있는 것이다.  

숙소를 떠났다. 자명종은 어김없이 아침 5시 20분에 나를 깨웠다. 일상이나 여행이나 다름없이 그의 착실함은 나의 신뢰케 한다. 동료들과 떠난 산책길에서 만난 장면. 고감도에다가 열린 조리개, 그리고 느린 셔터 스피드는 해가 떠오르는 장면을 포착하기에 충분했다. 나는 이 사진을 '징후'라는 이름을 붙인다. 해가 뜨는 장면이 유리창에 비춰졌기 때문이다. 바다건너 불빛이 여명과 싸우고 있다. 아마도 여명이라는 단어로 함축하면 이 상황은 종료되고 만다. 막연하게 그 상황으로 몰고 갈 수 있으나 '징후'라는 언어가 던지는 '잠시후' 있을 예견은 그것을 결과로 단정지을 수 없게 만든다. 녹색유리창에 하늘과 붉은 태양의 반영이 또 다른 색깔을 만들지만 우리는 그것이 '잠시후' 있을 동트기의 전조라는 것을 알고 있다. 진행되고 있음을 예견하듯, 이 상황은 과정에 있음을 알 수 있다. 한 장의 사진 속에 결과와 과정이 공존하고 있다.

사람의 시선은 크기에 의해서만 결정되지 않는다. 대비란 크고 작음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색깔과 질감 등 다양한 환경들에 의해서도 만들어진다. 미쳐 빠져 나가지 못한 바닷물이 강을 만들고 있었고, 그 안에 색칠한 그림들은 화가의 열정을 능가하고 있었다. 살짝 고개를 내민 태양의 겸솜함이 그 존재를 확신하기엔 역부족이다. 숭배하듯 그곳을 향하는 이의 몸짓에서 그것을 예측하고 있다. 반영은 결과를 말하지만 그 너머에서는 뭔가 이상한 기류가 그것이 과정임을 예측하게 만든다.

그럼 과정과 결과는 공존이란 말인가? 과거 철학자들이 결론내리지 못한 자기 논제에 대해 또 다시 후배 철학자들이 꺼내어 비판과 공감을 만들어 냈던 그 논제처럼 나는 두 단어의 중간에서 헥깔리는 나의 판단을 지면을 통해 생각하는 사람들과 또 다른 수다를 제안하고 있다. 가르침이 배움이라는 생각처럼, 그것 또한 가르치는 과정에서 배움이라는 결과를 얻어내는 것과 같다. 과정과 결과는 시간을 초월한 공간이라는 위치에서 상존한다.


과정과 결과의 헥깔리는 이중주.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