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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Therapy

없음의 존재인식, 웃는 영정사진에 관하여. 할머니 돌아가신 날.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부존재의 존재인식, 무덤에서 예수가 거기없음으로 존재하고 있음을 인식했다. 사진은 찍는 순간, 그 응고된 형상이 과거 속으로 사라지는 수순을 밟는다. 특히 영정사진은 그 존재가 현존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죽음의 부정적 의미가 웃는 얼굴을 한 영정사진을 통하여 긍정적 의미로 전환된다.

100세가 되던 설날 아침, 가족들과 한 자리를 하면서 즐겁게 웃음짓던 할머니의 모습을 찍었다. 그 동안 찍었던 사진들과 다른 의미로 다가온 것은 마지막 사진이라는 느낌이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아이의 순수한 모습으로 찍힌 할머니의 웃는 얼굴!  

사람들은 호상이라 했다. 그래도 가족들은 슬프다. 마지막 가시는 길에 나는 사진을 선물했다. 증소녀딸은 상중에 화실에서 국화가 담긴 그림을 선물했다. 사진처럼 웃으며 떠나셨기를...

꽃상여의 맨 앞에 사진을 들고 가는 사람, 장례식장의 문상객을 기다리는 사진, 산소 앞에 가족들이 앉아서 경건함을 표하게 하는 사진 등은 롤랑 바르트가 말했던 '특수한 부재증명'의 예이다. 한 장의 사진은 보는 이에게 단순한 얼굴로만 보여지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과의 관계와 과거의 경험들이 떠오른다. 삶에서 현재가 그렇듯, 사진을 찍음과 동시에 과거의 시간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연속된 시간 속에서 현재가 완성되고 바로 미래를 향해서 그 축적된 현재는 계속 진행하게 된다. 사진은 찍음과 동시에 죽음을 맞이하지만 그 이미지는 결코 죽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보는 이로 하여금 그 시간 속으로의 동행을 권한다. 

100살 노인, 나의 할머니다. 할머니에 대한 기억은 7살때 부터이다. 그것은 할머니의 회갑사진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3대가 살았다. 조부모님과 부모님, 그리고 나의 동생들. 과거가 되어 버린 그날의 현재는 산소 앞에 모인 가족들에게 그가 현존하고 있지 않음에 대한 존재를 의식하고 있다. 그러나 그 사진은 가족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한다. 특히 웃는 얼굴은 긍정의 과거만을 떠올리게 한다. 무표정과 슬픔에 젖은 표정을 한 사진을 대면할 때면 전이처럼 자신도 모르게 그런 의미로 뒤바뀐다. 긍정의 사진은 감정의 동일시를 시도하며 서서히 긍정의 의미가 그의 감정까지 영향력하게 놓이게 한다. 그래서 사진은 치유이며, 감정의 동일시하는 도구가 된다. 사진은 그렇게 사람과의 교감을 하며 긍정의 결과를 위한 행위를 계속한다.


없음의 존재인식, 웃는 영정사진에 관하여.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