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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휴 칼럼/Photo Essay

밀라노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흔적을 더듬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에스프로소 한잔의 여유! 입 안에 털어 넣고 가는 길을 그대로 가버리는 이테리사람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30대를 보냈던 밀라노, 산타마리아 델레그라치에 성당 안에 그려진 그림에서 그를 만났다. 다빈치의 호기심이 최후의 만찬을 퇴색된 채로 우리들 앞에 나타났음에도 그를 원망할 수 없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9년을 보냈던 스포르체스코 성, 입구의 분수가 종탑을 닮아 있었다. 숲길같은 길을 지나 만나는 종탑과 태양의 화려한 몸짓이 만들어내는 환상적인 분수의 몸짓을 입구로 향하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분수가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듯했다.

스포르체스코 성안의 그림한장! 사람을 안내하는 가이드들 뿐만 아니라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그 사람, 스포르차공이 있었다.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그와의 만남은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밀라노에 묶어 놓았다. 그때 제출했던 이력서는 '맞춤형 이력서'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친근한 이야기로 남아있다. 

해는 저물고, 스포르체스코 성의 뒷뜰에는 겨울임에도 가을의 정취가 물씬 풍기고 있었다.  경비원들의 소근 거리는 친근한 음성을 뒤로하고 '최후의 만찬'장으로 갔다. 도대체 어떤 음식이 차려졌길래...

삼엄함 속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흔적을 부여잡기 위해 '최후의 만찬을 찍었다. 미러리스 라이카의 저소음으로 도찰에 성공했다. 공개되지 않는 나만의 가치로 소장하기로 했다. 20분에 한번씩 관람이 허용되는, 갑같은 을의 횡포는 계속되었다. 순수하게 줄을 서서 시키는대로 해야할 것 같은 느낌은 예술가의 혼이 우리를 조정하고 있기 때문이었으리라. 퇴색된 질감의 '최후의 만찬'은 아우라가 감돌고 있었다.

성당 앞에 피렌체 여인들의 세련된 수다가 이어지고 있었다. 수다가 수다로 보이지 않는 것은 아트가 사람을 고상하게 만드는 보이지 않은 손이 손을 쓰고 있음이 아니었을까? 영적 만남은 종교적 기운이 아니더라도 강력한 아우라의 펌핑을 받을 수 있었다. 겨울날 늬엿거리는 석양은 몽롱함으로 아트에 심취한 나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밀라노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흔적을 더듬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