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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휴 칼럼/Photo Essay

순간 포착은 예견 속의 기다림이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사진은 순간을 남기는 숭고한 작업이다. 흐르는 강물처럼 지나치면 다시 만날 수 없는 것이기에 사진찍기에 진지함이 필요하고, 찰나를 잡기위한 처절한 자기무장도 필요하다. 사람이나 풍경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풍경은 하번도 같은 때가 없으며, 사람의 표정 또한 같은 표정은 없다. 사진에서 예견이란 많은 경험이 필요하며, 차분하고도 철저한 기다림이 필요하다.

갑자기 햇살이 건물 사이로 쏘아 붙이듯이 나타났다. 비장한 각오로 어디론가 떠나는 서부의 사나이 같은 컨셉이다. 흐린날에는 아무리 멋진 포즈와 연출을 한다 한들 도저히 찍을 수 없는 광경임에 틀림없다. 어둠 속에서 강렬하게 다가왔던 햇살도 카메라의 렌즈를 통과하면서 작가의 의도에 따라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사진 찍기의 묘미이기도 하다.

카메라가 사람의 눈을 대신하는 세상이 도래했다. 여행객이 카메라를 찍은 것과 눈으로 꼼꼼하게 본 사람 중 어떤 사람이 여행지를 더 기억할까에 대한 질문의 답은 카메라로 현장을 찍은 여행객이라고 한다. 이들 또한 자신의 감흥을 오랫동안 남기기 위해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같은 포즈, 다른 느낌. 인물사진의 특징이다.

고궁안에의 넓은 공간, 윈도우 조명이 떠오르면 그건 프로 사진가이다. 특히 인물사진을 찍기에 좋은 빛이기에 시선을 끈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과 사람이 문을 열면서 들어오는 빛이 인상적이다. 실루엣처럼 문을 연 사람의 실루엣이 더욱 눈길을 끌게 한다.

현실적이지 않은 느낌을 주는 사진이다. 여행지에서 처음 본 남녀이다. 둘은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다가 남자가 먼저 걷기시작하고 여자가 뒤를 따랐다. 하늘이 보이고 피사체에 비춰지는 후측광이 긴 그림자를 만들어 내고 있다. 오버 노출이 되면서 만들어진 쉽지도 어렵지도 않은 사진이다. 실수로 만들 수는 있으나, 의도하면 찍기 힘든 찰나적 사진이다.

멋진 작품들은 아니다. 그러나 사진찍기는 놀이처럼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 단순한 사진찍기를 넘어서 많은 생각에 잠길 수 있는 것은 짧은 시간 전에 예견하고 기다리는 숨막히는 기분이란 사진찍기에서 느낄 수 있는 매력이 아닐 수 없다. 예견을 불발로 끝날 수 있음에 더욱 기다림 후의 만족스런 사진은 사진 찍는 사람에게 즐거움을 준다. 이런 가벼운 즐거움이란 이테리에서만 먹을 수 있는 젤라또를 달콤한 느낌이랄까.


순간포착은 예견 속의 기다림이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