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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휴 칼럼/사람을 말하다

할리 데이비슨, 그보다 그를 사랑한 너.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떠나다. 낭만적인 말이다. 어디로? 어떻게? 이런 질문을 하게 된다. 무엇을 타고 가느냐에 집중하는 사람들이 있다. 오토바이? 아니 <할리 데이비슨>이라고 딱 잘라 말해야 한다. 그걸 타고 가야 진정한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누가? 그들이. 그들은 할리 데이비슨 라이더들이다. 그들은 다른 것에 관심이 전혀 없다. 마냥 타고 다니는 거다. 이게 할리 데이비슨의 매력인가 보다.

더불어 함께 함. <할리>와 함께 하고 그들이 함께 하다.

소낙비가 하늘을 덮던 어느날, 그들을 만난다. 웅장하면서 불규칙적인 그러나 뭔가 아우라가 풍기는 소리가 들린다. 그들이다. 모범생처럼 줄지어 한 무더기로 다가오고 있는게 아닌가? 만나자마자 또 다시 빗방울이 떨어진다. 그들의 한마디, "빨리 찍자!"이다. 다시 돌아가야 하는 부담과 사진찍기에 목숨건 건 아니란 그들의 생각이 읽혀진다.

이런 기념촬영으로부터 시작한다. 탐탁지 않은 표정이다. 그들은 어떤 일이든 시작과 끝이 <할리>다. 할리 데이비슨까지 적으려면 힘드니 애칭으로 그냥 <할리>라 부르자. 아무튼 몇컷 누르다가 <할리>를 탄 샷으로 시선을 옮긴다. 물론 찍을 땐 언제나 최선을 다한다. 폼생폼사!



우리의 만남은 간단하다. 명함을 주고 받을 필요도 없다. 난 카메라, 그들은 <할리>! 난 가지고 서 있고, 그들은 타고 있는 것으로 서로의 인사는 끝난다. 직업을 물어보지도 않는다. 자신이 타고 있는 <할리>와 자신 뿐이다. 아니다. <할리>에 그냥 자신이 포함되어 있다. 라이더에게 의상은 필수 옵션이다. 제 2의 의상으로 현란한 문신까지를 포함한다. 다 그런건 아니지만 팔뚝에 그려진 모양에 따라 포스를 달리한다. 


이렇게 짧게 촬영은 끝난다. 내 스타일이다. 시간의 양적 문제보다 초몰입으로 질적 승부를 건다. 하지만 멀리서 비맞으며 어렵게 찾아온 이들은 못내 아쉬울 게 뻔하다. 그들의 말은 "팬티까지 홀딱 젖었고, 달리며 맞은 비가 매우 따가웠다."라고 한다. 사진을 받아든 누군가의 말이다. '너무 짧아 성의 없는 거 같다고, 우선 사진 나오는 걸 지켜보자고.' 사진을 받고 딱 한마디! <역시 작가다>라고. 공감의 언어요, 감동의 언어리라. 서로 만족한 호흡 속에서 이렇게 거래는 끝이 난다.

'두둥 두둥 두두둥!' 귓가에 그들의 멋진 모습이 들리는 듯하다. <누군가든 무엇이든> 사랑한다는 건 아름다운 거다. <누군가든 무엇이든> 함께 한다는 건 행복한 거다. 그들이 사랑한 <할리>와 함께 윤기 흐르는 삶을 예견해 본다.

*본 장소는  제주도에 있는 <캠파제주>라는 나의 아지트이다. 3500평의 거친 공간과 주변의 감싼 오르막 길이 <할리>족의 작품사진 찍기엔 딱이다. 이곳을 처음 보자마자 라이더들의 그룹사진에 대한 욕심을 갖고 있었다. 바램은 금방 이뤄졌다. <할리>족의 촬영 성지가 되길. 

할리 데이비슨, 그보다 그를 사랑한 너.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