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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관련/백작가의 '작가만들기'교실

김치, 음식 속에서 드러나는 존재의 의미.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김치는 건강식품 이전에 우리의 삶이다. 연례행사처럼 해마다 가족이 모여 김치를 담근다. 담근다는 말 속에 담아두는 숙성을 의미가 담겨있다. 숙성없는 김치는 그냥 배추이파리에 불과하다. 우리는  김치를 먹지만 단순하게 먹어 치우는 음식으로 치부하기에는 아깝다. 김치라는 음식, 즉 사물을 통하여 존재를 드러내고자 한다.

사진은 묘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보는 순간 그곳으로 간다. 특히 현장에 있었던 사람은 바로 그곳으로 가지만, 전부 그런 것은 아니다. 고흐의 구두에서 농부의 고단함과 농촌 아낙의 힘겨움을 극복해주는 과정으로 되어지는 것처럼, 나에게 김치는 어머니의 마음이 담겨있다. 4남매를 키우며 힘겹게 살아야 했던 어머니의 삶이 드러난다. 

김치는 주부에게 찬거리에 대한 부담을 덜어준다. 김치찌게, 김치 볶음과 다양한 음식에 첨가되어 손 쉽게 음식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 김치는 배추로 만들어진다. 한 여름 뜨거운 태양아래서 들판에서 노동을 서슴치 않아야 했던 고단한 삶이며, 가을이면 추수해야 한다. 겨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김장은 수순처럼 다가온다. 김치는 도시락을 상징하며, 학창시절의 점심시간을 떠올리게 한다. 

김치는 화기애애한 한끼 식사를 할 수 있는 기회이며, 가족이 함께 있음을 의미한다. 일터로 찬을 내 가던 아낙으로의 어머니와 안주로 곁들이는 한 모금의 술잔을 마시는 농부로의 아내의 숨결이 느껴진다. 디자인된 접시에 올려져 있지만 그 안에는 고향의 질박한 그릇 속에 자연미가 살아 나온다.  김치는 어머니의 정성, 가족의 친화, 현대인의 건강, 그리고 어린시절을 떠올리는 사물로 다양한 존재를 드러낸다. 깔끔한 접시에 놓여 은폐되었던 모습이 사유의 소용돌이 속에 존재로 드러나게 된다. 치맛 속의 하얀 피부를 드러낸 듯 접시위에 누운 김치가 배시시 웃고 있다. 김치는 나에게 일상이며 요즘 삶의 전부다.


김치, 음식 속에서 드러나는 존재의 의미.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