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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관련/백작가의 '작가만들기'교실

사진찍기는 자연과 나누는 대화.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SaeRin Kim 교수님, 이런 느낌의 사진은 그냥 찍으면 되는건가요..? 캐논도 가능할까요..? ㅋㅋ 연장 탓 하는거 같지만 기계마다 느낌도 틀리긴 하지요? 어둠에 디테일의 느낌이 항상 좋은 것 같아요. 깊이감이 틀리다고나 할까.. 조리개 값에 있을런가요...>

나는 라이카 35mm로만 찍는다. 특히 요즘이 그렇다. 찍으면서 좋아하게 된 이유는 무게는 나가지만 크기가 작아 가방에 쏙 들어간다는 거고, 또 하나는 35mm가 보여주는 깊이와 넓이감때문이다. 유명작가가 찍어서가 아니라 그 화각이 갖는 장점 때문에 그도 찍은 것이고 나도 찍고 있는 것이다. 덧붙인다면 색감의 섬세함, 즉  그만이 가지고 있는 질감때문이기도 하다. 나는 장비가 가지고 있는 특성에는 관심이 없다. 다른 기종과 집요하게 비교하거나 다양하게 써보지도 않는다. 써보니 괜찮아서 쭉 쓰는 것이다. 

우선 질문에 대한 답을 하자. '이런 느낌은 그냥 찍으면 되나요?' 답은 그냥 찍으면 안나온다이다. 사실, 이정도로 나오려면 내공이 필요하다. 내공이란 기계적인 것이 아니라 결과를 이렇게 내기위한 안목이다. 하루 아침에 되지는 않지만 계속 노력하면 된다. 물론 그러기에는 방법이 필요하다. 일단 기죽이고... '캐논도 가능할까요?' 이건 자기가 가지고 있는 장비가 캐논이란 말이고, 난 안되는 거 같다고 하소연하는 것이다. 카메라가 가지고 있는 질감은 다르지만 비슷하게 만들 수 있다고 본다. 어느 기종이 좋다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스마트폰으로 찍어서 전시까지 하는 마당에.. 카메라 탓보다는 이런 느낌을 어떻게 낼 것인지 방법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조리개값에 대한 물음은 조리개가 조여지면 심도가 깊고, 열면 심도가 얕아진다. 그리고 그런 질감에도 영향을 준다. 내가 쓰고 있는 35mm단초점 렌즈의 장점중에는 조리개를 열면 심도가 심하게 얕아져서 아웃포커스를 시켜 임팩을 주는데 안성맞춤이다.

환경과 약간의 안목만 있으면 누구나 찍을 수 있는 사진에 대해 몇가지 조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Zone System. 이건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그러니깐 필름으로 사진을 찍던 시절에는 한학기동안 공부하고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아니 풍부한 계조를 낼수 없었던) 영역이었다. 필름시절에는 때에 따라 다르지만 약간의 오버촬영과 언더 현상으로 자기만의 톤을 재현해 내곤 했다. 쉽지 않았으며 촬영 당시의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 그러나 여러 컷으로 같은 장면을 찍으며 한컷을 건질까 말까한 이런 작업은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래서 원하는대로의 결과가 나오면 성취감이 높았다. 그러나 과학은 이런 고단한 행위를 비웃기라도 하듯 눈깜짝할 사이에 완성된다. 사실, Zone System은 예견하는 것이다. 디지털 카메라는 예견할 필요도 없이 바로 찍은 사진의 이미지가 눈앞에 펼쳐진다. 기다림, 이딴 건 필요도 없다. 요즘 애들이 그래서 참을성이 없는지도 모른다. 요즘은 찍고 마음에 안들면 'delete'면 끝이다. 다시 찍으면 된다. 돈 안든다. 필름시절에는 찍어서 잘못되면 눈물을 머금고 다시 필름을 구입해서 다시 찍어야 했다. 이런 기다림은 짧게는 몇십분에서 몇일을 기다려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둘째, Framing. 세상은 넓다.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프레임이 만들어진다. 카메라의 얼굴을 파묻고 그 안에 있는 비주얼 중에서 잘라내기만 하면 된다. 사각으로 잘라서 바구니에 담아내는 일이다. 그 다음에 그 사각이 마음에 안들면 다시 또 잘라서 마음에 드는 프레임을 만들 수 있다. 물론 바라다보이는 그 장면을 위치와 찰나에서 셔터를 누르느냐가 관건이다. 풍경과 그 안에 움직이는 피사체인 사람을 넣는다는 것은 여간 신경쓰이게 하는 것이 아니다. 이유는 그 안에 있는 그 피사체가 그만의 언어로 다양하게 변화되기 때문이다. 때로는 말바꾸기처럼 다양한 몸짓으로 유혹한다.  

셋째, Exposure. 노출도 언어다. 적정노출이란 불통의 단어다. 무책임한 단어다. 그건 기계의 영역이다. 기계의 Auto 시스템은 왠만한 것쯤은 만들어 낸다. 누구도 반론을 제기하지 못할 정도다. 그러나 노출이 가지고 있는 풍부한 언어는 기계의 정밀함으로는 감히 표현될 수 없다. 노출의 부족과 오버가 주는 느낌은 크게 다르다. 표정으로 말하면 울고 웃는 차이 정도다. 더 중요한 것은 질감과 색감까지도 영향을 끼친다는 거다. 물론 디지털 카메라에는 Raw를 현상하는 과정에서 아쉬운 부분은 보상받을 수 있다. 그러나 정확히는 현장에서 90%이상을 완성시켜야 작업이 순조로워진다. 아무튼 현상이 모든 걸 조정하다고 하지만 원형을 심하게 만진다는 것은 문제가 된다. 오리지널이 아닌 수정댄 모든 것은 자연 스럽기에 한계가 있다. 자연미인과 성형미인의 차이?

4.Raw Format. 이건 천하장사다. 대단한 힘을 가지고 있다. Jpeg와는 다른 묘미를 가지고 있다. Raw는 어린 아이들에게 동네형같은 존재다. 든든한 존재. 노출이 안 맞거나 색온도 같은 것이 엉성하면 현상과정에서 Raw Format는 감쪽같이 교정된다. 촬영에 자유를 안겨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기본에 충실하지 못하면 문제는 항상 발생하는 것처럼 원칙에 철저할 필요가 있고, 그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물이나 풍경을 찍는 과정에서 순간적으로 신이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는 느낌을 자주 받는다. 세상에 존재하는 무수한 나를 만나는 것, 이것이 진정한 사진찍기의 묘미가 아닐까?


사진찍기는 자연과 나누는 대화.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