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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휴 칼럼/사람을 말하다

글이냐 그림이냐, 캘리그래피스트 김정기.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아, 해야지.> 뭘 부탁하면 바로 나오는 말이다. 그는 김정기다. CIBI 디자이너로 관록이 있는 그가 캘리에 빠졌다. 오래 전부터 썼었는데 그 가치를 뒤늦게 안거다. 매취순이란 글씨도 그가 쓴거다. 학생시절 글씨를 써주는게 아르바이트였단다. 지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사는 게 괜찮은 삶 아니던가? 학벌 따지고 재산이 얼만지도 중요하겠으나 좋아하는 일하며 즐거우면 그게 행복 아닌가? 그는 행복한 사람이다. 캘리그래피스트 김정기!


그는 프로다. 프로는 다른 프로를 인정한다. 내가 시키는대로 다 한다. 나올 사진을 예상하지 않는다. 그냥 믿는거다. 그의 글씨다. 오랜만에 만나 나에게 써준 선물이다. 즉석에서 써서 선물했다. 나는 바로 휴대용 프린터를 샀다. 사진을 찍고 즉석에서 인화해 준다. 창작은 빌리는 거다. 그걸 가져온 걸 모르게 하면 된다. 모르게 '쓱싹', 그걸 전문가라고 한다. 

난 사진으로 <그 사람>을 표현한다. 김정기 디자이너는 글씨 속에 <그 사람>을 담는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떠오른다. 김정기는 디자이너야, 작가야? 나한테 뭐라 불러야 하냐고 물으면 난 주저없이 <백작가>라 부르라 한다. 작가, 괜찮지. 뭐든 만드는 사람. 그럼 김정기 작가라 불러야 하나. 그에게 다시 물으면 이럴거다. <뭐든 괜찮어, 뭐가 상관여> 이러면서 좋은게 좋은거라고 말할 거다. 참말로.

청바지에 운동화, 이러면 좀 젊어 보일거란 생각에서인지 이렇게 댕긴다. 그는 그렇다. 가볍게, 생각까지도 가볍게 하려는 모양이다. 난 등짐안에 카메라와 노트북 그리고 책을 좀 담아서 메고 다닌다. 가끔 가방이 없으면 허전하지만 몸이 날라갈 것만 같다. 무거운 가방이 든든한 나와는 달리 그는 붓과 먹, 그리고 가벼운 종이만 있으면 된다. 그는 참 심플한 사람이다. 일단 사람을 만나면 붓을 꺼낸다. 내가 카메라를 꺼내는 것처럼.

글이냐 그림이냐, 캘리그래피스트 김정기.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