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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관련/백작가의 '작가만들기'교실

충주의 비내길 공모전 심사평.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생활 필수품이 된 카메라는 인간의 삶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먼길을 떠나지 않더라도 손에는 항상 카메라가 휴대폰이란 이름으로 함께 하고 있다. 기억에 남기려는 의도 이상으로 밀착되어 자신의 내면을 들어내기도 한다. 어떤 이유로든 사진은 항상 찍히고 있다. 사진이 프로와 아마의 경계가 허물어진 현재, 카메라가 사람들에게 놀이의 도구가 되고 있다. 사람들은 그 사진 속으로 시간여행을 떠나는 즐거움을 기대하고 있다. 이것은 인간이 무엇과도 관계하고 픈 욕망의 표현인지도 모른다.

충주 비내길은 아름다운 자연을 상징하는 곳이다. 사람도 자연에 속한다. 그 자연끼리의 융합이 사진 속에 담긴 이번 출품작들은 비내길에서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진지하게 자연과 소통하고, 그 친밀감을 통하여 또 다른 사람들과의 만남을 갈구하는 작품들을 기준으로 선별했다. 한 장의 사진으로 오늘의 비내길로의 시간여행을 떠나 올 미래인들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진에는 구도가 있고, 칼라 하모니가 있으며 적절한 톤이 필요하다. 그러나 사진은 우리의 삶을 꾸리는 이야기를 형성하는 도구일 뿐이고, 그 안에 담긴 살아가는 감칠 맛나는 사연이 우선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진을 평가하며 그 작품에 비평의 칼날을 세운다면, 온전할 수 있는 것은 없을 것이다. 본 심사는 나에게 세상을 바라보는 긍정적인 시선으로 멋진 작품을 감상하며 희열감을 느끼게 했던 감사한 시간이었다. 한참을 움츠리고 앉아 고민한 흔적이 사진을 선별한 작품들에서 보여질 것이다. 선택받지 못한 아름다운 사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정성스런 작품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은 마치 열손가락을 깨물어 아픈 것을 골라내는 것과 같은 작업이었다. 나는 지금 등줄기로 흐르는 식은 땀을 닦아내고 있다. 당선되지 않은 작품들에게도 박수를 보내는 바이다.


"대상, 최우수상과 우수상3개를 비롯하여 5점에 대해서만 작품평을 하겠습니다."

1.대상, 장웅. "함께 가는 길"

대낯의 뻔함을 극복하기 위해 안개 덮인 원경을 활용하여 신비로움으로 완성시킨 작가의 노련미가 눈에 띈다. 여성의 아름다움이 S라인에 있듯, 이 길에는 여성의 팅김처럼 감춰 놓은 그 무엇을 갈구하게 만든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아우라가 모자를 역광의 그림자 속에서 꿈틀거리게 하고 있다. 그들에게 시선을 끌어 들이기 위한 빛잔치가 시작되고 있다. 여름의 때를 완전히 벗어내지 못한 풋풋한 가을이 두사람의 연결고리 속에서 하얗게 웃고 있다. 
이 작품을 대상으로 뽑은 이유는 가볍지 않은 의도에 의해서 자연과 사람의 조화로움을 세련된 터치감으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2.최우수상, 김기덕. “비내길"

이 작품은 자연 속의 사람에개 익명성이란 예를 갖추게 했다. 잔잔하게 불어오는 바람과 햇살이 강을 흐르게 하고 풀잎을 춤추게 하고 있다. 사람이 자연의 일부임을 극명하게 드러 낸 작품이자,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가르치고 있다. 양파의 껍질처럼, 겹겹이 보여지는 산의 자태는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키게 하는가 하면, 햇살에 반영된 강물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속삭이고 상대를 유혹하고 있다. ‘비내길’이란 제목과 더불어 하나의 이름을 더 붙인다면 ‘더불어’라고 부르고 싶다. 최우수상 답게 인간에게 겸손함을 가르치고 있다.

3.우수상 1, 박정연. “걷기대회"

초록의 싱그러움이 전체의 느낌을 사로잡고 있다. 사람이 자연을 감싸며, 동아리를 튼 뱀의 몸짓처럼 보인다. ‘걷기대회’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서로를 향한 경쟁의식보다는 함께 걸어가는, 그냥 살아가는 모습을 하고 있다. 흐르는 강물처럼 유유히 흘러가는 모습이 아름답다. 이 작품은  시선을 집중하도록 crop을 필요로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재단하지 않은 부분 또한 자연의 일부이기에 그 아쉬움에 대한 여운이 없애기에 충분하다. 끊임없이 연결된 길 보다는 중간에 끊긴 길이 더욱 인간적으로 보이며 자연스러움의 말하고 있다. 비내길에서 인간은 그냥 함께 흘러가는 강물과 같다. 

4.우수상2, 조명자, "잘 나왔어"

제목에서 나오는 ‘잘 나왔어’는 독백이다. 인간은 항상 상대와의 소통을 원하지만 그 근본에는 자신과의 만남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눈꽃처럼 온 천지를 수놓은 하얀색 꽃송이가 아름답다. 색채의 대비를 통해 시선을 응축하고자 한 작가의 의도가 엿보인다. 길이 있고 그 한가운데에 멈춰 선 사람들의 행위에 중점을 두며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트라이앵글처럼 뭉쳐진 모양들이 삼거리를 닮았다. 삶의 선택처럼 고민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며, 삶은 결과가 아닌 과정에서 느끼는 희열이라는 진실도 가르치고 있다. 화면 속에 닮긴 조화를 통해 보는 이를 화면 속으로 끌어 당기고 있다.

5.우수상 3, 조현호. “가을농부"

밀레의 작품처럼 벼이삭을 줍고 있지는 않다. 아직도 진행형이며 가야할 길이 멀다. 그 역동성 속에는 우리가 살아가는 과정들이 말하고 있다. 흐릿하게 보이는 행렬이 부제처럼 착각하게 만들지만 그것은 작가의 만들어 놓은 올가미이다. 점을 모아 선을 만들었으며, 가을걷이의 정취 속에 움직이는 사람들의 풍성함을 표현하고 있다. 뿌연 안개가 할 말 많은 간절한 눈동자처럼 보인다. 사진은 항상 보여주고자하는 것을 명확히하는 뻔한 화법이 아닌 유니크한 방식을 활용하여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펼치고 있다. ‘가을 농부’라는 제목까지도 관자를 혼돈에 빠뜨리는 작가는 장난꾸러기이다. 앞에 선 농부는 뒤에 늘어선 행렬속으로 들어가는 진입로에 불과했다.

-우수상 1,2,3는 순위와 관계없음.


입선작 공지. 순위와 관계없음.

1.강연숙, 내가 일등.

2.권광숙, 아이처럼.

3.박은숙, 비내길 데이트.

4.박인진, 비내길 걷기.

5.안기현, 님은 먼곳에.

6.안선영, 아름다운 비내길.

7.안종남, 손자와 그네.

8.이광주, 비내길.

9.이세현, 질주.

10.이용국, 추억이 추억을 만든다.

11.이재학, 아빠와 아들.

12.임대호, 비내섬을 담는 사진사들.

13.정현옥,  가족.

14.조동희, 이야기가 있는 풍경.

15.홍성철, 추억만들기
 

이번 공모전 참가를 통해서 사람들이 세상을 긍정적이며, 세심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길 바란다. 사진은 놀이의 도구이다. 등수에 연연하지 말고 다함께 참여한 축제의 한마당이었다는 추억을 간직하기 바란다.
  

심사위원: 사진작가 김길수,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