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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Therapy

아이에게 사진의 의미, 사진으로 사랑하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2015년, 어린이 날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성북구청에서 진행된 행사에서 '어린이 사진 찍어주기'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요즘은 사진을 찍으면 데이터로 준다. 이젠 으레히 그런 줄 알고 누구도 불평하지 않는다. 이제 사진은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보는 것에 익숙해 있다. 그러나 디지털시대를 사는 우리는 더욱 아날로그적 삶을 갈망한다. 유행의 복고풍처럼 익숙해지면 다시 과거의 회기를 꿈꾼다. 그래서 이번 행사에서는  찍은 사진을 인화해주기로 했다. 아이들의 손에 쥐어진 사진은 아이들의 표정을 두배로 기뻐게 해주었다. 잘한 일이란 위안과 함께 나 또한 즐거웠다.

엄마를  따라온 동갑나기이다. 남녀, 크고 작음의 관계없이 친구다. 마냥 즐겁다. 어색함과 즐거움으로 아이들은 행복하다. 어깨 동무와 진하게 껴안으면서도 마냥 흥겹다.

여동생이 오빠에게 뽀뽀를, 어색하지만 좋다. 이 사진의 진가는 시간이 흘러야 나타난다. 시간이 흐르면 이 사진은 빛바래겠지만 그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 기억 속에서 남매에게는 어떤 강력하게 묶어주는 기운이 둘 사이에서 끈끈하게 해줄 것이다. 둘이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하나가 되도록 도와줄 것이다.

어린이날, 바쁜 아빠는 함께 하지 못했다. 그러나 엄마는 행복하다. 아이들과 찍는 사진만으로도 좋다. 개구장이 오빠가 동생을 똑바로 세우려하는 과정에서 사진은 재미있어진다. 오른쪽 사진에는 사진이 어색한 오빠가 수줍어하고 동생은  아랑곳하지 않고 조금은 엉뚱하다.  

이미지는 인간의 의식을 자극하고, 사진이라는 자극물에 의하여 회상과 상상 속으로 빠져든다. 기억은 항상 슬픔까지도 긍정으로 바꿔 놓은 강력한 변환 작용을 한다. 사진이 치유적 요소를 가지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오전부터 시작된 촬영이 오후가 늦어지면서 피곤함이 밀려왔다. 여느때 같았으면 서서히 흥미가 떨어졌을 것이다. 그날은 줄꼬리를 자르고 싶지 않았다. 조금 더 늦게까지 사진을 찍어줬다. 그것은 사진가인 내가 사진으로 아이들에게 사랑을 표현할 수 있음에 대한 감사때문이었다.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인간이 살아가는 것은 사랑이라는 가르침이 뇌리를 스쳤다. 그날의 행복감이 사진을 볼때마다 새록 새록 살아남을 느끼면서 사진이 주는 사랑을 배푼 후의 보살핌을 느낄 수 있었다. 사진은 나에게 행복을 준다.


아이에게 사진의 의미, 사진으로 사랑하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