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은 뻔하다. 잠자는 시간 빼고 일상 중에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낸다. 대낮? 해가 머리 위에서 비추는 시간이다. 이 시간 만큼 밋밋한 장면도 없다. 장면 뿐만 아니라 그걸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도 그렇다. 사진은 빛과 그림자이다. 그림자가 사라진 듯한 느낌이다. 창작은 그걸 극복하는 것이자 활용해야 한다. 중국 청도 여행중 농가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안개가 자욱하게 낀 정오, 사진에는 보이지 않지만 바람이 분다. 고요할 정도의 정적이 흐른다. 늙은 농부가 대문앞에서 어디를 바라본다. 그가 바라본 건 무엇일까? 이런 질문을 던져본다. 보나마나 봄일게다.
황토색 벽돌과 지붕, 그리고 땅바닥이 어우러져 있다. 3장의 사진은 닮았다. 빛이 방향을 잃어서인지 톤이 밋밋하다. 색은 황토색 물감을 한번 행군 듯 뿌옇다. 집앞의 농부는 농부라 말하지 않으면 그냥 노인이다. 한가운데 길이 나 있다. 그 길 너머엔 이웃이 산다. 앙상한 나무가지가 혹한의 겨울을 기억이라도 하는 것처럼 보인다. 머지 않아 봄이다. 아지랑이가 피어날 듯 저 너머가 아스라하다. 집 앞엔 나무가 존재한다. 나무는 삽살개와 친구다. 마을 사람들이 적적하지 않게 항상 그 자리에 서있다. 뭘 하느냐고 묻지 마라. 그냥 그가 있는 것 자체만으로 마을이란 이유를 제공한다.
이래봬도 땅 속에선 물기가 생동하는 중이다. 조만간 나무에 잎이 돋아날 것이다. 녹음 풍성한 여름을 준비하는 중이다. 새들이 날아와 둥지를 틀고 마을은 사람사는 냄새가 물씬 풍길 것이다. 긴 겨울이 있었기에 봄이 고맙다. 소중하다. 해마다 돌아오는 봄이지만 항상 새롭다. <1년 12달>이 꽃놀이판이라면 어찌 봄을 설레며 맞을 수 있단 말인가? 여행중 황톳빛 물씬 풍기는 어느 농가에서 봄에게 봄을 물어본다.
농촌, 농촌, 그리고 농부와 봄.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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