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않아도 안다. 시키지 않아도 한다. 인간의 촉이란 강력한 더듬이이다. 사진을 찍는다. 초딩동창생들 사진이다. 한명씩도 찍고, 여럿이도 찍는다. 혼자와 여럿은 다르다. 함께 찍으니 그들의 몸은 그 시절을 기억한다. 상황이 그 시절로 돌아간다. 몸짓이나 표정에서 아이들의 모습이 보인다. 딱이다. 어떤 공식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연출시킨거 맞다. 자리배치만 했을 뿐인데 이렇게 자연스러울 수가 없다. 잘 어우러져있다. 연기로는 완성될 수 없는 상황이다. 예행 연습을 한 것도 아니요, 그 자리에 그냥 모아놨을 뿐이다. 프레임이 달라진 것이다. 사진의 사각 프레임이 아니라 시간 프레임이 작동한 것이다. 그 시간 프레임 안으로 들어간 것이다.
혼자는 다르다. 혼자는 제 나이로 돌아간다. 중년남성! 폼생폼사, 자신만의 포즈를 취하며 무너지지 않는 완벽한 남자이고 싶다. 허리춤에 손을 댄 모습은 남성의 가장 기본적인 포즈이다. 남성이길 원하고 누군가가 바라보길 기대한다. 이 중년남성들이 사진을 보자 짠 듯 이구동성으로 던지 말이 있다. "액자로, 크게..." 왜일까? 자신의 지금을 기억하려는 것이다. 기록하는 것이자 세상에 선 보이려는 것이다. 사진은 그를 재가공하여 자신과 세상에 내놓는다. 이 사진은 10년후의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다.
초딩 칭구들, 함께 한 사진에서 그 시절이 보인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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