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백승휴 칼럼/Photo Essay

물빠진 주산지, 물찬 주산지를 상상하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우리에겐 믿음이 있다. 항상 그 자리에 그 모습이길 바라는 마음. 방과후 집에서 기다릴 어머니처럼. 청송의 명물 주산지! 물 속의 나무가 물 속에 있을 거란 기대가 무너진 날이다. 당황한 카메라가 찍어낸 저수지란? 물빠진 주산지도 좋더라. 가물어 고민에 빠진 농부의 프레임은 아니다. 단지 사진가가 바라본 시선일 뿐이란 변명을 해본다. 물이 가렸던 시선을 무장해제하고 그 곳으로의 입장이 가능한 날의 새로움!

드론을 띄운다. 이 또한 다른 시선을 위한 시도이다. 드론을 저수지 한 가운데로 보낸다. 물빠진 저수지를 바라보는 사람들도 찍는다. 상상만으로 들여다 보던 <그 곳으로의 입장>은 다른 세상과의 만남이다. 연신 셔터를 누른다. 저수지의 물이 면 다시 못 볼 거란 생각때문이다. 드론은 객관적 자아를 제공한다. 불편한 절차를 거쳤던 필름세대로부터 이젠 과학의 후원으로 뭐든 시도할 수 있음에 감사할 따름이다.

촬영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한다. "그 곳에 있었다."란 의미로 기념하는 행위를 기념촬영으로 규정한다. 기념촬영은 자기위안이다. 타인에게 보여줄 증거물은 아니다. 가까이 다가가 찍지 않아도 된다. 그곳이란 환경을 보여준다. 누군지 스스로 알아본다. 그럼 된거다. <물빠진 주산지> 촬영을 마친다. 기념촬영은 청송 사진동우회와 포토테라피 촬영팀이다. 우리에게 단순한 촬영을 넘어 촬영지를 잘아는, 그 곳이 일상인 사람들과의 출사라서 더욱 의미가 있다. 이런 조합, 참 좋다.

물빠진 주산지에서 물찬 주산지를 상상하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