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문득 고흐가 그린 '고갱의 의자'가 떠올랐다. 화려한 벽지는 고흐 자신과는 다른 의미로 고갱을 그리는 부제로 나타냈으며, 의자위에 놓인 촛불은 고흐가 옆에 있음을 표현했다. 그것은 희망이었으나 고흐는 그가 옆에 있음에 대한 환영영을 느끼고 있었다. 불빛을 통하여 그의 벗, 고갱의 부재를 건재함으로 납득시키고 싶었던 것이다. 색감이나 형체가 존재를 대신할 수 있지만 생동감이 넘치는 촛불만큼 존재함을 말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렇게 고흐의 환영 속에서 고갱은 상존하도록 촛불의 흔들림을 존재함으로 귀결시키기에 이르렀다.
낮은 채도가 과거를 음미하지 않아도 된다. 피하여 애를 써도 관자의 입장은 적극적으로 표명되며, 계속 그 수렁 속으로 빨려 들어가지 않을 수 없다. 서서히 그 잔잔함은 우리를 과거의 그곳으로 밀어 넣었다. 현실의 가을 빛의 강함도 문을 통과하며 소프트 박스의 디퓨져처럼 부드러워졌다. 연하게 비춰지고 있던 내부의 생명력이 서서히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더듬이는 그 존재자를 더듬어가고 있었다. 빛이 점점 흐려지는 그곳에는 촛불이 켜져 있었고, 그것은 그 존재자와의 만남을 주선하기 위함이었다. 고흐의 촛불 하나가 존재자를 의미하며 자신의 고독감을 역설했다면, 사당안의 두개의 촛불은 의미하는 그 무엇이 있었음을 상기시키고 있었다. 암울한 시대적 상황에서도 결코 외롭지 않음을 표현하고 있었다. 고흐는 자신의 내면에서 만들어낸 감정이었다면, 한성백제의 존재자에게 내면은 외부 요인에 의해서 생성된 갈등이었다. 그러나 두개의 등불은 결코 그가 혼자가 아님을 의미하고 있다. 우리는 거기에 존재자가 기거하고 있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환영(illusion), 존재자를 찾아서.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교육관련 > 백작가의 '작가만들기'교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 속 사진은 이야기를 발단을 주도한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0) | 2013.11.28 |
---|---|
울릉도에서 트위스트를 추다. 박병해작가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3) | 2013.11.20 |
낙엽이 주는 교훈, 그리고 철학.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1) | 2013.11.18 |
파도소리를 갈망하는 소년! 노현석작가.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1) | 2013.11.15 |
충주의 비내길 공모전 심사평.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0) | 2013.11.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