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hoto-Therapy

감자를 바라봄. (반 고흐의 감자먹는 사람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감자하면 어린시절이 떠오른다. 생각은 경험에서 시작된다. 감자를 바라보는 것은 단순히 '감자' 만을 떠올릴 수는 없다. 존 버거의 <본다는 것의 의미>에서 들판에 대해 언급한 바가 있다. 들판을 단순히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들판에 연관된, 그리고 자신이 경험했던 것들까지도 관련지어 바라본다는 것이다. 감자를 보는 순간, 나는 고흐의 감자 먹는 사람들이라는 작품을 떠올리게 되었다. 물론 나 또한 다른 사람들처럼 어린 시절에 먹었던 그 맛과 그 상황을 떠올리게 된 것도 사실이다.

이 사진의 조명은 윈도우 조명이다. 응달에서 들어온  빛 때문에 조리개를 열었고, 감도도 높였다. 백그라운드의 질감을 없앤 촬영기법은 질감이 없는 배경도 배경의 의미를 부여시켰고, 검정은 무가 아닌 많은 생각을 찾아 낼 수 있는 가능성이었다.

나는 페이스북에서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그들에게 물었다. 감자하면 무슨 생각이 떠오르는지...

"감자를 뭔 맛으로 먹나 궁금했는데... 이번에 시골서 엄마가 보내주신 감자 먹으면서 감자에 대한 마음이 180도 변했어요~ 그래서 그런지 감자하면 친정엄마 ^^ " 나상희씨의 답변이다. 그녀는 감자에 대한 인식이 경험을 통해서 바뀌었고, 감자 속에 담긴 어머니의 정성까지 음미하게 된 것이다. 당연히, 감자를 보면 어머니와의 관계, 과거의 경험까지도 감자라는 매개물을 통해서 기억하게 된다. 나상희씨에게 감자는 단순한 감자 이상의 고향의 어머니와의 연결된 감정까지도 포함하고 있다.

한윤모씨는 "감자, 저희 어머니가 많이 좋아하셨어요 강원도 여행가시면 감자전은 꼭사드시고 오신때는 감자 1박스 사오셔서 집에서도 감자전 해드셨어요 지금은어머니가 해 준 감자전은 못먹고 아내가 해준 감자전 먹어요." 감자는 현재 존재하지 않는 어머니에 대한 기억으로 몰고 간다. 같은 감자전이지만 어머니가 해준 것과 아내가 해준 것은 달리 다가온다. 가치의 문제는 아니다. 기억이 다르다는 것이다.

고윤환씨는 "작고하신 외할머니가 첫손주를 기다리며 부뚜막에 따끈하게 쪄두었다가 바구니에 한가득 꺼내주셨답니다.. 얼마나 맛있던지... 근데 할머닌 '먹을께 이것밖에 없으니 맛있게 먹어라~'라고 하셨어요.. 지금도 할머니가 가마솥에 쪄주신 감자가 그리워요......" 의 말 속에서 할머니의 인간적인  모습을 떠올리고 있다. '이것밖에 없으니 먹어라'는 사랑이 담겨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내어주는 자기 희생적, 모성적 단어를 시작으로 정성을 담고 있다. 가마솥, 부뚜막, 외할머니와 같은 단어들은 과거의 고향 속으로 빠져 들어간다. 고윤환씨에게 감자는 향토적  기억을 불러 일으킨다.

"강릉 어느 시장에서 손수레에 싣고 다니며 팔던 감자열무밥이요~아침부터 땡기네요."라는 송원진씨는 감자 열무밥이라는 미감 속의 과거로 빠져들어 가고 있다. 그 행위가 분명 과거의 어느 시점을 기억하며 거기에서 느꼈던 미감이 자극해 올 뿐만 아니라, 감자라는 시각 속에서 분명 어떤 사물로 연관짓는다. 감자는 그 과거. 어린 시절 길가에 피었던 감자꽃의 아름다움의 기억, 먹고 싶다는 식욕이 발동하는가 하면, 나눠먹기, 누군가가 바로 떠오르는 대명사처럼 의미를 담아 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아무 생각이 안난다는 사람은 단순한 가치로 봤으며,  감자가 먹고 싶고, 곁에 있는 사람과 나누고 싶은 인간 본능에 충실한 모습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감자 하나가 단순히 감자로만 머물지 않고, 그와 연관 된 과거 그 장소에서 자신이 경험했던 모습 속으로 들어간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감자를 통해 인식할 수 있다. 인간은 이미지에 묶이면서' 강력한 에너지의 소용돌이 속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다. 모든 이미지가 그렇다. 단순하게 보여지는 구성도 그렇다. 이 사진의 감자처럼 백그라운드가 검정임에도 그 배경이 갖는 의미는 단순하지 않다. 감자들이 쌓여 있고, 벗겨진 감자가 대비를 이루면서 진행형의 상황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감자를 바라봄. (반 고흐의 감자먹는 사람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