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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관련/백작가의 '작가만들기'교실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맞다. 소설의 제목이다. 소설가 김영하작가가 쓴 거구. 그의 재미난 뻥처럼, 한 사진가가 시도한 수작이다. 물론 그 작가만큼은 못하다. 나는 사진을 앞에 두고 글을 쓰면 술술 풀리는데 글만 쓰라면 벽을 보고 있는 것만 같다. 글쓰는 사람들의 상상력과 언어 구사력에 존경을 표한다. 요즘 나에게 다가온 사라짐에 대한 화두, 그 사라짐에 대한 이야기를 통하여 감동적인 썰을 풀어보고자 한다. 뻥도 자꾸쳐야 느는 것이니깐. 

이미지는 특이하다. 안 끼는데가 없다. 말을 하면 뇌는 이미지로 인식한다. 부인해도 맞다. 가만히 느껴보라. 누군가가 이야기를 하면 머리 속에서는 이미지로 떠오를테니깐.

2015년 겨울 동해는 가뭄이었다. 두번째 내린 눈이라고 했다. 서울에서 본 것과는 다르게, 여행에서 맞이한 상황은 횡재처럼 느껴졌다. 일상에 눈이 덮이고, 습관적으로 남자는 눈을 치우고 있었다. 농부의 삽질처럼 뭔가를 해야 마음이 편하다. 허락을 맞고 사진을 찍었는데 그가 갑자기 사라졌다. 물론 내가 다른 풍경에 심취해 있는 동안 집으로 들어갔던지, 이웃집으로 놀러갔던지, 아무튼 그 자리를 떠난 것이다. 이야기의 발단은 사라진 그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를 집요하게 논하는 것은 아니다. 사라진 그 자리에 존재하는 무엇에 대한 것이다.

그 남자는 사진 찍은 순간, 그 자리에 있었다. 그런데 그 분이 사라졌다고 sns에 적었더니만, 사람들의 반응이 재미나게 나타났다. '이 분이 어디 가신거에요?'라고 심각하게 실종신고라고 해야할 듯 나에게 물었다. 또한, '그냥 있구먼' 이란 답글을 남기기도 했다. 사라짐은 흔적을 남긴다. 그 흔적은 뭐라 단정지을 수 없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은폐가 신비로움처럼 수 많은 추측이 난무하게 된다. 훌륭한 예술가들은 역사적으로 많다. 그러나 다빈치처럼 많은 담론이 쏟아진 적도 없었다. 물론 그 내용들은 글쓴이의 추측과 확신일 뿐이지 확정된 사실은 아니다. '그럴 것이다, 그런 것처럼 보인다.'이다.

당신은 '사라진 그'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가? 모자 사이로 흰머리와 거친 피부가 고단한 삶을 살아 왔음을 증명한다. 그가 사라진 자리에는 산골의 평온하지만 녹록하지 않은 삶이 있고, 다랭이 논을 지으며 근근히 살아온 그의 성실함과 사회, 정치적 상황에 휩쓸리지 않았던 의지가 남아 있다. 눈을 치우다만 그는 다른 곳에 시선을 멈추고 있다. 그가 바라봤던 시선도 그가 사라진 상황에서는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그 시선이 나의 마음을 울쩍하게 하는 것은 객지로 나간 자식들의 소식이 그립고, 현재의 그는 고독하다. 인간의 삶이 그렇듯이, 마냥 좋을 수만도 없는 일상 속에서 그가 살아갈 수 있는 자신만의 노하우란 견디는 것이다. 

당신은 그가 사라진 지금, 그곳에 무슨 흔적이 당신의 시선을 끌고 있는가? 이제 당신이 답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