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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휴 칼럼/Photo Essay

대모산 둘레길에서 사유하는 사진가.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수서역 6번출구로 나오란다. 대모산 둘레길을 걷겠다고 했다. 모이자마자 출발! 집나오면 여행이란 생각으로 사는 나에게 대모산행은 대단한 여행이었다. 즐거운 산행의 조건은 딱 두가지다. 그 곳과 그 사람, 더도 필요없다. 비가오나 눈이오나 바람이 불어도 상관없다. 어디며 사람이 누구랑인지만 맞으면 끝이다. 맘에 맞는 몇명과 떠난 산행은 '흥얼 흥얼'이었다. 

외나무 다리 동화가 떠올랐다. 어른이 되어서도 여기에 올라타는 건 어색해하며 나름 무서워했다. 몸을 던져라, 죽음을 두려워하느냐, 이런 멘트를 던지며 찍었던 사진이다. 나무가지 사이로 살짝씩 새오 나오는 빛이 얼굴과 옷 위에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사람들은 항상 사진을 찍는다고 말하면 말도 잘 듣는다. 하모니! 이 보다 완벽할 순 읎다.

사진을 찍으려고 삼각대를 대고 있는데 등산객 한명이 지나간다. '멈칫'하는데 그냥 가라고 손짓하고는 모델로 삼았다. 녹음 속에 연녹의 의상이 조화로웠다. 삶은 묵묵히 걸어가는 거, 고개를 숙인 것처럼 조금은 겸손하게. 너무 겸손하면 당당해 보이지 않을 수도 있으니 모든 것 중용의 도를 지키면서..

세상은 항상 우리에게 말을 걸어온다. 때로는 말없이 유혹하기도 한다. 바닥에 그림을 그려놓고 지나가는 이를 붙잡기도, 꽃을 피워 영롱함을 자랑하며 눈길을 끌기도 한다. 길가에서 보이는 곳에 돌로 비석을 쌓아 놓은 듯, 마침 그 곳으로 햇빛이 비춰지면서 아우라가 느껴졌다. 누군가 왔다 갔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그 모습이 사람이 아닐거란 상상을 하게 만들었다. 

역시 둘레길인지라 바로 밑으로 도심이었다. 멀리 잠실 롯데빌딩이 보였다. 이젠 서울 어디를 가든 보인다. 뽀족한 것이 멀리서 보면 엉뚱해 보이지만 가까이가면 그 높이에 기죽는다. 가까이에서 보지말고 멀리는 깔아보는 컨셉이 나의 스타일이어서 가까이는 잘 안간다.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다.

날지난 석가탄신일, 절을 지나며 빌었다. 항상 오늘처럼만 되게 해 달라고. 산행한 일행들과 마지막 컷으로 기념촬영을 했다. 남기는 거다. 사진밖에 더 남는가? 그날 다녀왔던 사람은 기억하자고 항상 마지막으로 기념촬영을 한다. 최소 한 컷은 찍는다. 집나가면 여행이라는 모토로 살아가면서 여행처럼 즐거워야 한다는 생각을 머리에 이고 산다. 100년도 못사는 인생, 하루 하루가 값지다. 잘 살자! 점심을 먹고 나니 비가 내린다. 주적주적! 막걸리집에서 거나하게 삼합에 한잔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대모산 둘레길에서 사유하는 사진가.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