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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휴 칼럼/Photo Essay

사진여행이란 기억 속의 어린 아이를 만나는 것.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여행이 즐거운 이유가 뭘까? 낯섦과의 직면에 있다. 단조로운 일상에서 새로움을 찾아가는 것이다. 거기다 무작정 맑은 날씨보다는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면 좀 더 낯설다. 바람도 더 쎄게 불면 더 좋다. 사진을 찍을 때 머리 좀 휘날리면 더 색다르다. 일상에서 머리카락이 심하게 흔날리는 장면을 만난다는 건  승질나서 고함지를 때나 있는 장면이다. 여행은 혼자 떠나는 여행도 좋다. 그러나 여럿이 가면 즐거움이 배가된다. 이유는 경우의 수가 많아지기때문이다. 바람잡이 한사람만으로도 웃음의 도미노가 일어난다. 웃음은 중독성이 강해서 한번 웃으면 여행내내 웃는다. 웃음은 엔진의 시동과도 같다. 한번 켜 놓으면 언제든지 뻥뻥 터진다. 인생을 살면서 이런 웃음으로 일관된 여행이 또 있을까? 약오르게 들릴지 모르지만 나의 사진 여행은 전부 그렇다.

싱그러운 아침 햇살과 휘몰아치는 바람을 즐기는 입사귀, 이 둘은 모터보트 안에서 즐거운 모습과 닮아있다. 일단 즐거움은 당황스러움으로부터 시작된다. 거센 바람은 여인의 치마를 들출 수 있다. 얼마나 당황스럽겠는가? 이런 자극으로부터 감정적 유희는 시작된다. 강렬한 태양도 은은한 햇빛보다는 자극적이다. 두 여인에게 다가온 바람과 움직임은 두려움을 벗어나 흥겨움이 된다. 몸은 그 자극에 반응한다. 고함을 지르며  웃게 된다. 웃음이라는 철학은 이렇게 시작된다. 갑자기 기존의 흐름을 바꿔 놓는, 기대하지 않았던 것으로부터 웃음이 터져 나온다. 건조한 논리는 즐거움이나 재미로부터 웃음을 논하지 않고 그냥 이런 황당함이 웃음을 만든다고 표현한다.

다란히 걸어간다. 아니 뛰어간다. 강변에 서 있던 말라버린 풀나무와 닮아 있다. 사진을 찍히고 있지만 누군가가 바라본다는 가정하에서 이들은 더욱 즐겁다. 설렌다. 어디론가 떠나가는 사람들의 몸짓이 느껴진다. 카메라는 세상을 찍고, 세상은 응답한다. 묻고 답하기처럼 항상 소통은 진행된다. 나무가 바람에 흔날리거나 사람들의 웃음소리는 환경의 물음과 제안에 답하기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세상은 항상 수다스럽다.

광고사진같다. 패션모델의 워킹처럼 보이는가 하면, 자전거가 대자연 앞에 뽐내는 듯하다. 잠시 쉬고 있는 과정에서 모델은 이런 식으로 움직여야 한다며 적극적으로 자신을 어필하고 있었다. 길가에서 멀리 바라보이는 낯선 풍광에 끌려 가까이 다가가니 자전거가 나를 불러 세웠다. 우리가 찍으려는 피사체는 우리가 그를 알아본 것이 아니라, 그가 우리를  부른 것이다. 이런 낯선 논리가 다시 우리를 흥겹게 한다. 낯섦가 마주대하는 삶은 항상 행복이 피어난다.

누군가를 찍거나 무엇을 찍는 것은 다르지 않다. 그것은 사진이 지향하는 것이며, 지향하는 그곳에는 내가 존재하기때문이다. 나를 찍는 것이다. 나와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카메라를 든 순간 고독이란 단어는 잊혀진다. 나를 내가 보듬어 안는 것이자, 위안을 주는 것이다. 자위라고 말하지 않는다. 나와 내면은 나는 하나인 듯 다르다. 서로가 소통을 하기 때문이다.

강남구 여성센터 포토테라피 과정의 멤버들과 대성리로의 추억여행을 떠났다. 추억을 만나러 갔다가 추억 하나를 더 만들고 왔다. 여럿이 함께 하는 여행은 항상 즐겁다.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서로의 웃음 소리를 격려하는 모습때문이다. 세상은 아름답다. 아름다움은 마음에 있는 것이며, 사진이 매만져주는 위안은 감동의 휴먼 드라마이다. 분명, 2016년 5월 4일은 기억 저장소게 담기게 될 것이다.


사진여행이란 기억 속의 어린 아이를 만나는 것.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