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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휴 칼럼/Photo Essay

가족의 달 5월, 3대가 떠난 청풍명월과 도담삼봉으로의 여행.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5월은 가정의 달이다. 대가족 전체가 움직이기엔 일정맞추기가 힘들어 우리 애들과 부모님을 모시고 떠났다. 목적지는 충북 제천에 있는 청풍명월이었다. 도착하여 식사를 하고 산넘어 단양의 도담삼봉까지 다녀왔다. 버스로 고향으로 가서 아버님차로 6명이 삐집고 앉아 이동하게 되었다. 불편함도 모처럼의 3대가족여행이어서인지 모두의 얼굴이 밝아보였다. 대천에서 제천까지는 휴게소를 잠깐 들르니 3시간은 족히 걸렸다. 이동시간과 차 속에서의 불편함은 즐거움으로 바뀔 수 있었다.

여행지에 오면 뭘 보고 뭘 할까를 고민하게 된다. 모노레일은 예약이 안되어서 안되고, 유람선은 늦은 시간이라 왕복은 안되었다. 숙소에 잠깐 들러 쉬었다가 가족들의 유람은 계속되었다. 유람선을 타지 않아도 즐거운 유람이었다. 무언가를 함께 해야 즐거웠던 여행이 그냥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어머니는 도담삼봉이 가깝냐고 물으셨다. 이유는 몇십년전에 동네분들과 오셨던 곳이었다며 그때를 떠올리며 다시 한번 가보고 싶었던 게다. 대부분 돌아가셔서 마음 속에 간직된 그분들과의 추억, 얼마나 아련하게 다가왔을까? 지금은 자식들과 함께 그때와의 생각들이 오버랩되며 색다른 여행이 되었을 것이다. 40년전, 시외버스를 타고 음식을 바리바리 싸들고 왔던 그곳. 저녁에 싸운 계란을 먹으려하니 상해버렸다는 이야기며 짓굳었던 마을 어른 들의 이야기며 듣고 있는 우리들도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는 듯했다. 그때 내 나이 10살, 여행을 다녀오신  부모님을 기다리느라 신작로까지 나와 눈이 빠지는 줄 알았던 그때도 함게 떠올랐다.

정방사에 올랐다. 차로 한참을 올라가는 걸 보며 이럴 수 있느냐고 놀라시며 '허 참!'을 반복하셨다. 나에게는 3번째였지만 동행했던 사람이 달랐고, 계절과 감정이 달라서인지 또 새롭게 느껴졌다. 적막한 절간에는 사람과 동물이 친구다. 스님이 개를 잡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고, 개는 조용히 이야기를 듣는 듯한 모습으로 보였다. 둘 만의 대화가 끝나자 이방인인 나에게 달려와 짖어대며 밥값을 하고 있었다.

부모님의 기념촬영이다. 그곳에 내가 있었다. 이것이 기념촬영의 개념이다. 정방사입구에서 부모님의 얼굴쪽으로 비춰진 석양빛의 따스함이 앞으로 행복한 미래를 보여주는 듯했다.

정방사 안에 함박꽃이 수줍은 듯 미소를 지어주었다. 지그시 입은 다문  미소, 흐뭇하게 나를 바라보던 모습이 떠오른다. 어떤 물감으로도 표현하기는 힘든 모습이었다. 잔잔하면서도 풍요로운 모습!

사진에서 채도를 뺐다. 계단 옆 벽면과 풍경을 담았다. 질감들이 마음으로 와 닿으면서 유구한 역사의 기운이 되살아나는 듯했다. 산맥이 그라데이션, 나는 이걸 좋아한다. 시간의 흔적과 세월 속에서 묵묵히 지켜보고 있었을 그 산맥들의 모습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 산 속마다 마을들이 있을거란 부모님의 말씀을 공감할 수 있었다. 멀리서 보면 그냥 산맥이지만 공간과 시간이 겹쳐지면서 내 생각과 오버랩이 되었다. 이번 여행은 건강한 부모님과 아내 그리고 내 쌕깽이들에게 감사한 여행이었다.


가족의 달 5월, 3대가 떠난 청풍명월과 도담삼봉으로의 여행.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