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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Therapy/여행 백승휴

탈북 학생들과 떠난 정동진에서 삼양목장까지. 연합뉴스 칼럼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탈북 학생들과 떠난 정동진에서 삼양목장까지.

끈끈해지는 가장 쉬운 방법 중에 하나가 여행이다. 힘든 여행일수록 더 좋다. 함께 걸으며 부대끼는 거다. 그럼 금방 친해진다. 청량리역에서 밤 11시경 출발하는 정동진행 기차를 타면 새벽에 정동진에 도착한다. 일출을 기다리며 여명을 즐긴다. 일출이 목적이라면 여명은 과정이다. 일출 못지 않게 여명의 아름다움에 빠질 수 있다. 삶에서 목적으로 가는 과정이 중요함을 깨달을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사진찍기는 깨달음이자, 일상을 다르게 보는 즐거움을 준다. 이게 사진여행의 매력이다.

<통일의 그날까지>란 프랭카드를 들고 기념촬영을 했다. 주황색 바탕에 흰글씨, 눈에 잘 띄었다. 우리를 하나로 묶는데 프랭카드도 한몫을 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모두는 일출에 대한 감회를 기념촬영에서 보여주는 듯했다. 정동진에서 바라본 동해바다의 일출, 그들에게 희망이 떠오르는 듯 했다. 기다림과 만남, 멘토와 멘티의 여행!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두 사진을 닮았다. 바라봄이란 의미에서 그렇다. 요즘 세태를 보여주는 사진이다. 누구나 스마트 폰으로 일상의 보이는 것들을 찍는다. 물론 보인다라는 의미는 눈에 띈다라는 것과 같다. 우리가 일상을 바라보면서 관심갖는 것들을 바라보듯, 사진은 기억을 간편하게 해준다. 탈북학생들과 멘토 사진가들이 얼싸 안고 사진을 찍고 있다. 언제나 오늘의 기억을 꺼내어 보기 위해서. 

 

삶을 형상화하듯, 어디론가 뛰어가는 컨셉으로 사진을 찍었다. 쉬지않고 달려가는 바로 우리들이었다. 아이들은 사진을 찍고 있다고 의식해서인지 계속 제자리에서 뛰었다. 누군가가 본다는 것, 관심을 갖는다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인가를 알 수 있는 장면이다.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 편집하면서 요긴하게 썼던 장면이다. 카메라가 없이 누군가의 지시만으로는 결코 연출할 수 없는 장면이었다.  카메라는 달콤한 유혹과도 같다. 

대관령 삼양목장의 정상이다. 너 나 할 것 없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사진찍기 여행이기에 당연한 일이지만, 함께 찍고 있는 장면이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한 방향으로 셔터를 누르는 그들은 이미 하나가 되어 있었다. 걸으며 연신 사진이야기를 하며 웃음꽃을 피웠다. 사진은 소통이자 공감이라는 논리가 마음에 와 닿았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이다. 우리네 인생사를 한장으로 응축한 사진으로 봐도 손색이 없다. 묵묵히 걸어서 목적지로 향한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다시 또 다른 목적지가 보인다. 산에 오르면 다른 산이 기다리고 있음과 같이. 함께지만 결국은 혼자 걸어야 할 분량은 전부 자신의 몫이다. 탈북학생들에게 사진은 자신을 만나고 깨닫는 과정이 아닐까? 함께 이지만 혼자의 삶일수 밖에 없는 진리! 생각보다 그들은 든든하게 스스로를 의지하고 있었다. 비온 뒤 땅이 굳어 지는 법이다. 아픔을 딛고 스스로 일어나길.


탈북 학생들과 떠난 정동진에서 삼양목장까지.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