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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Therapy/여행 백승휴

볼음도로의 가을여행.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섬은 배를 타고 가야 한다. 아니면 수영을 하고 가던가. 이게 맛이다. 다리가 놓여지면 섬은 제 기능을 상실한다. 기능이란 그 섬에서 느낄 수 있는 맛을 의미하며, 이와 더불은 많은 것들이 사라진다. 볼음도, 두번의 방문이다. 임경업 장군이 보름을 머물렀고 보름달을 봤다는 그 섬. 천연기념물로 은행나무와 저어새가 있다. 민통선에 위치했다는 것이 특징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와 닿는 것은 드넓은  갯벌이 있다.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 다녀간 사람들이 경운기로 몇십분 달려보고 난 후의 감회이다. 맨질거리도록 고운 모래, 굵직 굵직한 백합조개 그리고 섬 사람들의 섬스러운 정감이 인상에 남는다. 가을 바람이 불었다. 갯내음과 맑은 공기가 폐를 정화시키고 있었다.  

덜 빠진 바닷물이 염전처럼 반영을 일으키며 온통 밝음으로 우리를 맞이했다. 우선 기념촬영을 하고 조개잡이 등 갯벌 체험에 들어갔다. 먼저 기념 촬영을 하는 이유는 놀기에 정신이 팔리면 사람들이 통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2인 1개조로 조개를 잡았다. 한명은 끌고, 한명은 툭하고 조개 걸리는 소리에 맞춰 호미로 조개를 캐낸다. 이곳엔 몸빼를 입어야 제 맛이다. 원주민 컨셉으로 갯벌과 조우해야 조개가 잘 잡힌다. 도시인한테 호락호락하게 잡혀줄 조개가 아니다. 사람들은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며 상기된 표정들이었다. 나 또한 서해안이 고향이어도 이처럼 넓은 갯벌은 처음이었다. 

그물이 배가 불룩해 졌다. 가을 바람을 많이 들이마셨는가보다. 새의 깃털이 그물에 걸렸다. 고기는 안잡히고 날개라니... 눈요기감으로 최고였다. 연신 셔터를 눌렀다. 바람에 날려 여기저기 걸리다가 끝내는 날라가 버렸다. 운이 좋은 건지 바르르 떨리고 멀리 날라가 버리기 직전에 내 프레임 그물에 걸려 들었다. 꽤나 촘촘한가 보다. 프레밍 그물! 나의 프레임 그물은  예리하게 많은 것들을 잡아 올렸다. 만선의 어부에게 보이는 풍만한 미소가 느껴졌다.

드넓은 갯벌을 표현하기 위해 나의 프레임은 달라졌다. 하늘보다 땅을 너 넣는 구도로 사진을 찍어냈다. 20명을 태우기위해 경운기 3대가 동원되었다. 서로를 찍어주기에 좋았다. 승전보를 울리며 돌아오는 군대의 행군처럼 보였다. 넓지만 그들이 다니는 길이 보였다. 우리의 삶도 많은 길들이 있지만 우리들끼리 정해 놓은 나름의 길이 있지 않던가? 갯벌과 우리네 삶을 떠올리는가 하면, 경운기 뒷자석에서 따라오는 동료들의 사진을 찍는 재미가 여간 쏠쏠한게 아니었다.

밤은 깊어갔다. 저녁나절, 하늘에 엷은 빛이 맴돌자 가로등이 고개를 들고 있었다. 혼자 동네 골목을 돌아다니며 그들의 발자취를 찾아내고 있었다. 멀리 바다가 보이는가 하면 가로등이 프레임 안에 리듬감을 주며 자기만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밤은 깊어가고, 함께 떠났던 동료들과 거실에 앉아 도란 도란 이야기도 나눴다. 모두 좋았다고 했다. 지긋이 눈을 감고 입가에 미소를 보이면서....   

아침 일찍 선창장에 섰다. 지나가는 찻소리며, 기름냄새가 거슬렸다. 청정지역이기에 더욱 크게 느껴지나 보다. 섬사람들은 그들끼리의 언어가 있다. 말이 아니라 문화. 섬은 항상 외롭다. 아니 섬은 외로워야 한다. 사람들은 몰려들어도 외롭다. 섬은 하나이며 <외로울 고>란 글자를 안고 산다. 섬은 항상 하나다. 둘이면 둘로 나눠지고 각각 섬이 된다. 하나, 이 단어에서 느껴지는 또 다른 매력은 누구든 다가오면 동화된다는 것이다. 하나가 된다. 하나이다. 섬은 다양한 얼굴로 방문객을 맞는다. 바람이, 빗소리가, 구름과 태양이 번갈아 자리를 차지하며 사람들을 맞는다. 각각 다른 세상이 되어, 다른 얼굴로 인사를 하는 듯하다. 그래도 결국 하나다. 외롭다. 섬이나 사람이나 결국 하나이며 외롭다. 그걸 즐기는 길 밖엔 없다. 즐겨라!

볼음도로의 가을여행.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