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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휴 칼럼/Photo Essay

해병의 마지막 휴가의 기록, 그는 군생활 전부를 기억하려한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정복, 군생활, 기념촬영, 의미부여, 해석! 단어 하나만으로도 그 사람을 알 수 있다. 이런 단어를 떠올리는 나는 기념촬영에 대한 의미를 논리적으로 풀어내며 해석하려는 것이다. <왜?>, 단지 이 글자 하나만으로도 생각은 이유를 찾기 시작한다. 또한 몸짓이나 이미지에서 무엇을 찾으려고 하면 더 많은 가능성과 의미가 파생된다. 해병대 마지막 휴가를 나온 병장이 사진을 찍겠다고 연락이 왔다. 집으로 찾아갔다. 아버지와 단 둘이 있었다. 개인 사진을 넘어 부자지간의 관계까지 기록하게 되었다. 아버지는 장교 출신이었으며 아들은 해병대 병장이다. 두 사람은 기념촬영을 했다. 마주보고, 서로 거수경례도 하고, 아버지가 아들에게 뺏지도 달아주는 등 부자지간의 정을 느낄 수 있도록 찍었다. 

작품집을 편집하는 과정을 지켜 보다가 갑자기 카메라를 집어 들었다. 남기려는 것은 분명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군생활이 의미있는 시간이었고, 간직하려는 의도가 그에게 있었다. 아버지와 아들을 찍은 나는 역사적 현장을 목격한 것이다. 한 장의 사진 속에는 항상 그 기억과 더불어 군생활 전체가 오버랩될 것이다. 촬영 또한 그 의미를 상기시키려 한다. 자신의 삶을 기억한다는 건 왠지 자신에게서 당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당당할 수 있는 삶이란  타인에게도 당당할 뿐만 아니라 세상에 대해서도 같다. 이 사진은  군생활과 사회생활의 경계이다. 또한 마감이자 또 다른 시작을 알리고 있다.

완성된 작품들을 둘러 본다. 말로 표현했던 서두보다 사진 속에 담긴 의미는 더욱 마음 속으로 다가온다. 인상쓰며 폼도 잡아보고, 웃어도 보고, 같이 포즈를 취하며 평소 하지 못했던 부자지간의 행동도 서슴치 않고 시키는 대로 잘도 한다. 시켜줘서 고마운 거다. 말년 병장의 모습이다. 사진을 찍고 작업하는 도중, 벌써 병장은 제대했다고 sns에 올라왔다. 시간은 무심히도 흘러간다. 봐주지도 않는다. 병장이 배운 국방부 시계처럼 인생의 시간도 여지없이 흘러간다. 그 시간들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가 제대후의 과제가 될 것이다. 잘 될 거다. 

해병의 마지막 휴가의 기록, 그는 군생활 전부를 기억하려한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