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은 어렵다. 특히 과천 현대미술관은 그 아우라와 무게감이 더욱 그렇게 만든다. 나이 든 작가의 전시에선 더욱 그런 무게감이 존재한다. 심문섭 작가다. 입장권을 내니 본전 생각에 유료전시쪽으로 발길이 쏠린다. 날씨가 더우니 출사를 실내로 간 거다. 무더운 날씨는 가만히 있어도 찡그린 인상이 고뇌하는 예술가의 상이라. 한 놈만 팬다고 한 작가의 작품에 몰입한다. <심문섭, 자연을 조각하다>전으로 촉각을 곤두세운다. 작가의 오랜 시간의 지속성과 작품의 거대함에 감동이다.
손자들 모시고 온 할아버지의 지팡이가 가벼워 보인다. 좀처럼 볼 수 없는 구성이다. 두 사람의 대화가 꽤나 진지하다. 관람을 마치고 나오다 본 광경이니 할 이야기가 많은 모양이다. <심문섭 작가는 1970년대 초부터 지금까지 ‘현전’, ‘토상’, ‘목신’을 거쳐 ‘메타포’, ‘제시’ 시리즈를 통해 작품의 소재가 되는 나무, 돌, 흙, 철 등의 물질에서 비물질적 상징성까지 드러내는 작업을 지속해 오고 있다. 이번 전시는 한국 조각의 물질성(物質性) 탐구의 전개과정을 살펴보고, 그 의미를 정립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런 설명이 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이런 설명보다 한 작가가 조각이란 도구를 활용하여 다양한 시도에 관심을 두고자 한다. 창작은 새로움을 갈구한다. 작가의 다양한 시리즈는 자연스럽게 새로움을 찾아가며 작업을 했고 그 작업에 의미부여가 시리즈로 나온 것 뿐이었다고. 부러운 것은 지속성과 그 사이즈에 대한 시도였다. 한 평생을 바쳐, 그리고 지금 미술관에 올려질 수 있는 작가들의 %대비 괜찮은 삶이란 생각이다.
잘 정돈된 상설 전시장과 더불어 내가 관심을 갖는 것은 항상 사람이다. 작품 중에 최고가 사람이기 때문이다. 또한 내가 인물사진 사진작가여서 그럴 수도 있다. 사람은 어디에 존재하든 그림 전체를 멋지게 만든다. 화룡점정처럼 획을 그어준다.
사람마다 스타일이 있듯, 나는 나만의 색을 가지고 있다. 창작이 아니라 삶의 패턴을 말하는 것이다. 강의장이든 관람하든 한번에 한가지에 집중한다. 모든 것에는 맥락이 있고, 그 안에는 여럿이 아닌 하나이다. 하나만 깊이 파도 전체가 보인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과천 현대 미술관에서의 한가지는 심문섭 작가이다. 지속적 행위를 통해 자신의 응어리를 풀어낸 <작가 심문섭>을 만난 것 만으로도 위대한 하루였다고 자부한다.
과천 현대미술관을 찾다. 작가 심문섭.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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