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농부의 아들이다. 농촌이 좋을 뿐 농사엔 관심이 없다. 그런 풍경이 좋을 뿐이다. 사진으로 농사를 지으며 즐기는 사진작가이다. 사람들은 뭘 하다 안되면 <농사라도 짓는다>고 한다. 이런 무지와 막말도 없다. 농사가 몸으로 때우는 게 아니며, 장비나 기술력을 터득하는데 하루 이틀의 문제도 아니다. 자연에 순응하며 자신을 그 곳에 온전히 들여놔야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젊은 부부, 양인동 & 지은정 부부가 호텔 요리사를 그만두고 고향으로 귀농을 했다. 그들의 일상을 들여다 보려한다.
귀농 2년차, 농촌 생활이 어떠냐고 묻자 남편은 멈칫한다. 그렇다. 마냥 좋은 게 어디 있으랴. 좋은 것과 안 좋은 것이 있을 뿐이다. 안좋은 것이 있기에 좋은 것이 더 좋아질 수 있는 게 세상의 이치이다. 이게 인생이다. 내가 촬영한 작품이다. 달팽이를 키우고 요리까지 하겠다고 큰소리 뻥뻥쳤던 귀농초기의 꿈은 이리저리 딩굴고 있다. 쉽게 이뤄지면 꿈이 아니다. 그러나 그 꿈은 될 때가지 하면 이뤄진다.
개구쟁이 두 아들과 새로 지은 100평규모의 건물은 그들의 전부다. 힘들 때 힘이 되어준다. 막내아들이 겁없이 작가인 나에게 카메라를 들이댄다. 반말도 서슴치 않는다. 이쁘다고 버릇없이 키웠다며 아내는 말한다. 버릇은 부모가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시골에서는 자연스럽게 그만의 버릇이 완성된다. 개까지도 사람처럼 보인다. 귀농 부부는 달팽이를 기르고 있다. 달팽이관련 상품이 있고, 3천여평의 대지엔 건물 짓고 나머지엔 블루베리로부터 다양한 농촌에서 익숙한 작물들이 심어져 있다.
가족 사진을 찍는다. 그들의 눈빛과 몸짓이 맑다. 쉽지 않은 일상이지만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 건진 거라고 말한다. 나보다 젊다. 참, 괜찮은 젊은이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아이들은 못 속인다. 짧은 만남이지만 아이와 부모가 살아가는 일상이 꾸밈없이 보인다. 아내가 고추랑 방울 토마토를 싸준다. 돌아와서 보니 블루베리도 있었다. 시골 인심이 정겹다. <프랑스에 한번도 안가본 달팽이 요리사.> 내가 지어준 이름이다. 아직 쓰고 있지는 않지만 본격적으로 달팽이 요리를 시작하면 이게 좀 땡길 것이다. 그을린 피부와 환한 미소가 아름다운 미래를 말해준다.
남양주 귀농농부, 달팽이 부부를 만나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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