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박, 호텔, 리조트, 콘도, 카라반, 글램핑! 서민적인 숙박부터 놀이처럼 즐기는 1박으로 세태가 변하고 있다. 홍보 사이트마다 골라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곳에는 다양한 비주얼과 조건을 선 보이며 여행객들의 취향에 대응하고 있다. 제주도 하고도 서귀포의 어느 바닷가, 고급 팬션 하나 발견! 팬션 제니빌, 마당에 오래된 야자수가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잔잔하다가 가끔은 성난 파도가 포효하듯 방안까지 들린다. 하루 종일 바닷가를 산책하는 사람들이 이어진다.
첫번째 사진은 암벽을 때리는 파도를 찍는다. 위험천만처럼 보니는 낚시꾼의 모습과 비상하는 갈매기도 넣는다. 자세히 봐야 보인다. 언덕 위의 리조트가 이국적이다. 아침에 일어나 마당을 바라보니 불켜진 전구가 밤새워 나눈 이야기를 품고 있다. 바닷가에서 바라본 제니빌이 아름답다. 이렇게 나의 일박은 아침을 맞는다.
파도와 소근대며 걸어가는 아낙, 산책하는 이들의 음성, 조용히 아침을 맞이하는 마을의 풍광이 한편의 시와 같다. 바닥에 엎드려 바다를 바라본다. 살짝 보이는 바다가 뭔가를 기대하게 한다. 깨꽃 가까이 다가가면 그윽한 향기를 맡을 수 있을 것만 같다. 구멍 숭숭 뚫린 돌담, 보이진 않지만 바람들, 그리고 파도소리가 음악이다. 이런 아침 산책길이 참 좋다.
찍은 순서를 바꾼다. 밤 바다는 설렘반 두려움반이기 때문이다. 나는 제니빌의 정원을 마당이라 부르려 한다. 정원보단 정감어린 거 같다. 도착하자마자 일행은 마당에 모여, 슈퍼에서 산 <그냥 와인>를 마시며 수다를 떤다. 소리내어 웃어도 누구하나 뭐라 하는 사람도 없다. 여행의 맛을 아는 사람들이다. 그 소리에 그들도 제니빌의 밤을 즐기는지도 모른다. 늦은 밤, 방으로 들어가니 정갈하게 꾸민 실내가 푸근하게 맞이한다. 괜찮다. 바다가 보이는 이런 방에서 다음 아침을 기대하며 잠에 든다.
서귀포의 바다가 아주 잘 보이는 고급팬션, 제니빌.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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