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록이다. 흔한 말이다. 왜, 어떻게, 무엇을 남길 것인지는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 <어슬렁>, 이런 행동에도 목적이 숨어있다. 아마 자신도 모르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나는 다르다. 목적을 가지고 찍는다. 보여주는 것이다. 내가 바라봤던 그 상황, 즉 장소를 보여주려는 것이다. 사람들은 말한다. <어디냐고, 이국적이라고, 멋지다고>. 이런 말에 내 안의 고래는 춤추지 않는다. 단지 내가 봤던 그대로를 나타낸 것이다. 현실과 이상은 다르나, 이상적 이미지가 곧 현실로 다가와 의식하게 해준다. 이것이 사진의 힘이다.
숙소 앞에서 저무는 해를 찍는다. 해는 넘어가고 그 곳엔 밤이 찾아온다. 그 절묘한 시점을 찍는다. 매직아워이다. 적정노출처럼 공식화된 데이터를 말하지 않는다. 나만의 시선으로 그 시점을 잡아낸다. 시점은 바라보는 관점과 찰나를 의미하는 시간적 의미를 말한다. 이 두가지를 동시에 갖춘 위대한 시점이다. 두번째 사진은 그 공간 안에서 창밖으로 바라본 새벽의 풍광이다.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그 공간!
주로 아침과 저녁나절에 사진을 찍는다. 가끔 권태로운 대낮을 찍기도 한다. 바쁜 일상에 외면했던 삽살이에게도 손을 내민다. 서로가 친구가 되고 싶을 지경이다. 나에게 개는 사람 대신이다. 삽살이는 그 장소에게 사람 못지 않은 포스를 갖는다. 나무 마루 위에 의자들은 여유자적 사람을 기다린다. 여유를 느끼게 한다. 칼라풀한 세상과는 다른 흑백 세상을 통하여 그 세상을 상상하게 한다. 흑백이 주는 무채색은 의식 스스로가 채워나가길 바란다. 장소는 공간으로부터 채워나가는 수순이 필요하다. 오늘도 긴 인생에서 하루를 보내준다. 인간과 공간의 마주함 속에 하나의 장소가 탄생된다. 서로의 소통이다.
<장소를 찍다>, 바라봐야 보인다. 캠파 제주!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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