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글쓰기란 감정 말하기이다. 이것만 잘해도 <healing> 된다. 글을 쓴다는 건 내면의 응어리를 끄집어 내는 작업이다. 쓰다보면 자연스럽게 다음이 이어진다. 생각보다 더 똑똑한 생각들이 쏟아진다. 감정은 어떤 사진을 보더라도 느낀다. 감정이 없다는 건 단지 느끼고 있는 걸 알아차리지 못할 뿐이다. 모든 이이지, 아니 사진에는 느낌이 있다. 이유는 그 이미지가 다양한 감정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수업으로도, 상대와 대화를 나눌때도 딱 좋다. 나와의 대화라면 최고이고.
수업시간 사진을 보여주며 질문을 던진다. 당황하기도 하지만 글을 쓰면서 길이 보인다. 항상 그렇다. 진실은 현장에 가면 있다.
먼저 두가지 질문을 던진다. 이 사진을 보고 떠오른 단어와 이유를 적으라! '위험'과 '위생'을 말한다. 이유는 '철저하다'란다. 짧지만 많은 설명이 담겨있다. 떠오른 단어와 이유에는 연결고리가 존재한다. 일단 위험과 위생이란 단어는 다른 의미지만 같은 맥락이다. 그 맥락을 찾아내는데는 '철저하다'가 있다. 위험하기 때문에 철저해야 하고, 위생이 유지되려면 철저해야 한다. 위험은 철저하게 관리해야하고, 위생의 조건으로 철저함을 든다. 둘 다 철저해야 하는 조건을 갖은 단어이다. 아무튼 떠오른 단어 속에는 일상이 아닌 부자연스럽거나 낯선 상황을 접한 의식이 답이 된 것이다. 까다롭게 다가간 단어들은 낯선 상황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같은 사진이지만 두번째 질문은 다른 사람에게 넘어간다. 떠오른 감정과 왜 그렇게 느꼈는지 스스로 답하게 하는 것이다. '삭막한 도시'라 했고 느낌의 답은 길다. '얼굴이 안보인다. 획일화된 도시의 어느 곳을 현미경으로 들이대고 찍은 듯하다. 우리는 도시에서 자신의 일에 몰두하며 산다. 때로는 남의 일에도 오지랖..' 이라며 말을 흐린다. 뒤에서 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면, 오지랖이란 말속엔 부질없는 행위에 대한 후회가 담긴다. 자신의 일에 몰입 또한 삭막한 도시에서 기계처럼 살아가는 삶을 말하고 있다. '삭막한'이란 느낌을 던지고 그 이유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읖조리고 있다. 얼굴이 안보이기에 획일하다. 기계적인, 개성도 없는 비인간적인 공간을 말하며 현미경으로 뒤지는 건 '자세히'란 의미보단 인간적이지 않고 현미경으로만 볼 수 있는,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다른 세상을 은유한다. 사람들이 사는 세상이 아니란 의미까지를 포함한다. 느낌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단 말인가? 이유 또한 그렇다. 그러나 입을 떼기 시작하면 그 답이 고개를 쳐들기 시작한다.
마지막에도 사람을 바꿔 '현재 당신의 감정은?'이란 질문을 던진다. 당신의 감정때문에 그렇게 느낀 건 아닌지 묻는 것이다. 답은 '기대... 궁금함'이란 답변으로 마무리를 짓는다. 우리는 복잡한 일상을 살아가면서 나 자신을 들여다볼 여유를 갖지 못한다. 자신에 대해 묻는 것에는 경험해보면 재미난 놀이지만 처음인 사람들은 두렵기까지 하다. 기대 또는 궁금이란 말을 쓴 사람은 그나마 각오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 이미지 한장으로도 그 사람들이 바라본 의미와 이유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이것 또한 다분히 <내 말>이다. 한 장의 사진이 질문에 따라 다른 답을 하고, 보는 이의 현재 감정과 경험을 토대로 다른 방향으로 생각이 돌아간다. 얼마나 재미난 수다인가? 누구도 개입할 수 없는 신세계를 접하는 지금, 나는 행복하다.
한장의 사진! #위험, #위생, #획일화, #오지랖, #철저하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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