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이 있는 게 아녀. 지 아무리 잘 하려해도 안돼. 어떤 때는 막 해도 잘 되고, 모를 일이야." 고추장 장인 강순옥 여사의 말이다. 놀랍지만 장인이 한 말이다. 영업비밀을 공개한 셈이다. 장인의 실력도 자연의 이치에는 못 미친다는 것이다. 장인이란 그 이치를 깨달은 사람으로 장인을 재규정한다. 곰진 사투리 '툭툭' 던지며 체험단을 쥐락펴락하는 강순옥 장인의 내공이 놀랍다. 점심은 장인의 집밥이다. 장인의 자심감에 놀라고, 맛에 또 한번 놀란다. 감동이다.
왠 풍악이냐? 달달한 사탕을 입에 문 아이같다. 점심을 먹고 흥에 겨워 추는 춤이다. 체험 도중 받아든 선물도 한몫한다. 반찬이 전부 숙성된 음식, 여기저기서 '이모, 여기 밥한공기 추가요.'. 상다리가 부러지게 차려진 점심밥상에 막걸리가 제격이라. 낮술에 얼큰한 사람들은 이구동성 '인생 뭐 있냐' 한바탕 놀아보세다.
눈높이에서 보면 안 보이다. 하늘에서 봐야 <순창 항아리>가 보인다. 집집마다 빽빽하게 항아리로 채워진 진풍경! 드론이란 과학이 보여준 혜택! 벌들이 꿀을 나르는 듯한 모양이라. 좀 잘났다고 우겨도 거기서 거기. 하늘에서 바라본 시선은 우리를 겸손하게 살라한다.
강순옥 장인과 한나절을 놀았다. 두번째 방문한 나에겐 <거기서 거기>란 예상을 넘어선다. 구성이 그때 그때 달랐다. 그 주인공은 순창군청 주태진 담당관이다. "맛은 몸으로 기억한다. 머리로는 안된다." 그의 말이다. 휴일도 반납하며 순창 전통 살리기에 여념이 없다. 그는 순창쟁이다. 전통을 지키려는 순창인의 의지이다. 서울시 자매결연으로 찾아온 학생들에게 <그 맛을 몸으로 기억>하도록 한단다. 회귀본능처럼 나이가 들면 어린 시절의 그 맛을 몸이 기억한다. 인간의 하루는 즐거운 감정을 위해 사는 것일지도 모른다. 순창 첫날은 이렇게 저문다. 반복해서 떠올려도 질리지 않는 하루였다.
<고추장 짙게 바르고, 순창 고추장이 립스틱이 되는 그 날까지> by 포토테라피 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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