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백승휴 칼럼/사람을 말하다

<치유벗 치유농가>, 차요정을 만나다, in 다문.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산속 찻집>이라. 어떤 풍경일까? 찻집 주인장이 궁금해진다. 이런 저런 상상으로 그 곳을 찾는다. 마음입구에 나타난 그는 평범 속에 비범한 몸짓을 하고있다. 흰수염이 우선 범상찮다. 슬쩍 슬쩍 미소 짓는 모습이 영락없는 소년이라. 순수해 보이는 눈빛이 끌린다. 자신을 일컬어 <차요정>이란다. 아니, 그렇게 불러 달란다. 짧은 만남 속에 그가 던진 어록들이 떠오른다.


마을에서 일행을 데리고 산길로 향한다. 걸어가다가 노천에 자란 차나무를 대하며 말을 꺼낸다. 차의 역사를 말한다. 백제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차만을 말하기보단 자연을 말한다. 어울림, 자연이나 사람이나 뭐 하나 다르지 않음을 역설한다. 한참을 걸으며 나눈 대화가 가슴을 따스하게 한다. 밭고랑 끄트머리에 나무 한그루, 그 옆이 찻집이란다. 둥글게 쌓아올린 돌 담과 널판지 몇개 올려 놓은 식탁이 전부다. 물을 끓인다. 차를 넣고 의식이 시작된다. 우려내고 또 우려낸다. 계속 마신다. 누군가 묻는다. 언제까지 우려먹느냐고.... 그는 말한다. "아, 그냥 먹기 싫을때까지 먹어유!" 당연한 이야기지만 철학이 담겨있다. 하나의 어록으로 일행들의 입방아에 한동안 오르내린다. <인생 뭐 있슈>, <빠르게 가두  가보면 똑같아유> 등등의 추가 어록을 공개하는 바이다. 

서산으로 해가 기운다. 신비의 장소로 우리를 인도한다. 그는 아이같다. 누군가에게 보여주려한다. 상대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하다. 짧은 만남을 아쉬워하며 헤어진다. 밤이면 별을 보러 나온단다. 저녁에 한번 오라는 <나름의 제안>이다. 달인같은, 귀인같은 그의 말과 몸짓 속에서 장소가 아니라 <그>다. <그>가 컨텐츠이다. 산 속 깊은 옹달샘처럼 누구나 찾아가 따스함을 마실 수 있는 찻집에는 <차요정>이 우리를 기다린다.

널판지 식탁 위에 찻잔 여러개! 이 풍경은 말하지 않는 <강력한 호객행위>처럼 느껴진다. 혼자 놀기의 진수를 보여주는 차요정. 혼자보다 여럿이란 맛을 보고나면 혼자라는 고독감이 얼마나 견디기 힘든 고통이란 걸 느낄 것이다. 다시 또 찾아가리라 다짐하며 돌아온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순창농가, 차요정을 만나다, in 다문.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