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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Therapy

장애인 세계대회 선수들의 전시회, 모리때 정기 그룹전.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장애인 세계대회 선수들의 전시회, 모리때 정기 그룹전.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토요일 오후, 서울 시내를 이동할 때면 항상 전철을 탄다. 2012년 11월 3일, 그날은 달랐다. 동행하는 사람이 있어 그의 차에 몸을 실었다. 막히는 걸 뻔히 알면서 이정도는 아닐거라는 긍정적인 판단이 오점을 남기고 말았다. 4시 오프닝을 대비하여 1시간전에 출발했건만 30분 늦게 도착했다. 반갑게 맞아주는 그들, 나를 더욱 미안하게 만들었다. 

세련된 엽서가 눈길을 끌었다. 모리때, 그 내용은 모른다. 그러나 이런 모임을 만들고, 움직이고, 화합한 몇명의 사람들에 의해 이 이름은 생겨났고 유지되었을 것이다. 고단한 일이다. 그러나 애착을 가지고 몸을 던지면 재미난 일이다. 그렇게 이들은 작품으로 사람들과 소통하게 될 것이다.

여기 아름다운 여인은 박숙은씨다. 그녀는 장애인 세계선수대회에서 실외사진으로 동메달을 받은 선수이다. 이 전시를 적극적으로 개입한 인물이다.  그녀의 풍경사진 속에는 그녀의 생각과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쉽게 다가가지만 가볍지 않은 내용물, 많은 생각에 잠기게 했다.

오른 쪽에 휠체어에 앉아있는 분은 장애인 세계선수대회에서 실내사진으로 동메달을 받은 선수다. 후천적 장애이며 1급지체장애를 가지고 있다. 사진촬영할때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셔터만 누르는 것이다. 보조자에게 말로서 조명이나 모델의 자세를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그는 사진에서 그의 생각을 얼굴이라는 도구로 표현한다. 섬세하고 인간적인 내용이 담겨있다.

두명의 지도위원과 선수들이 오랜만에 만나서 기념촬영을 했다. 이런 일이 있어야 만난다. 우리가 만나는 사람 중 한번 만나고 또 못 만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두 번 이상 만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두번이상 만나는 사람은 대단한 인연을 가진 사람이다. 서로가 사랑해야 하는 이유이다.

임성노씨가 자신의 작품으로 만든 명함을 건냈다. 그는 자신이 배운 사진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사진 강의도 하고, 전시도 하고, 사진도 찍는다. 의지의 한국인, 그를 보면서 나는 삶은 감사란 단어를 떠올린다.

포토테라피라는 개념에 낯익어서 인지 유독 사진에 시선이 쏠렸다. 선수였던 임성노와 박숙은의 사진이 한쪽에 같이 걸려있었다. 풍경과 인물, 대비적인 내용이지만 그들의 내면이 똑같이 다가왔다. 사회적인 시선이 아닌, 자기내면의 것을 풀어헤치기위한 시도들이 온몸으로 다가왔다. 그들의 동물적 감성은 그 누구도 따를 수 없을 만큼 민감하고 세밀하다. 그 감정의 선율이 보는 이의 빈가슴을 채워주고도 남을 에너지가 넘친다. 

장애인 올림픽 세계대회준비기간, 6개월의 기억들이 한순간에 스쳤다. 여름 휴가를 반납하고 합숙훈련을 하며 온몸을 불살랐던 그들의 눈빛이 선하게 떠올랐다. 나는 그 기간동안 장애인과 정상인으로 나눴던 개념을 바꿨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으로, 그것이 맞다. 누구나 장애의 가능성은 상존한다. 그러나 어떤 것이 장애란 말인가? 같은 생각속에서 한세대를 살아가는 공동체로서 그들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은 없다란 게 나의 생각이다. 오감중 하나가 장애를 가지고 있는 것들은 다른 것들로 채워진다. 청각장애는 섬세한 눈빛으로 그것을 대신할 수 있다.  뇌의학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다. 

돌아오는 길에 그들이 완성한 피땀의 성과에 놀랐다.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그들만의 감이 보였다. 그들은 그들만의 놀이가 아니라 모두에게 손짓하고 있었다. 우리는 이제 하나가 되어 그들의 또 다른 생각을 맞이해야 할 때이다. 그것만이 우리에게 생겨나는 응어리를 풀어갈 수 있다. 그것만이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임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