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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관련/백작가의 '작가만들기'교실

소설가, 김유정을 만나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우연한 만남이 있을까? 우연히 기차를 타고 가다가 열린 문 사이로 보였던 그 이름, '김유정역'. 강렬하게 다가왔던 그 이름에 홀려 냉큼 가방을 들쳐메고 기차에서 쏟아지듯 내렸던 기억이 난다. 그게 인연이었을까? 틈만나면 사람들을 꼬득여 갔던 기억이 난다. 같은 사람하고는 간 적이 없다. 계속 사람을 바꿔서 갔다. 낮에가면 금병산을 등반하기도 했고, 저녁에 갈때면 단골이된 '점순이네 닭갈비집'에서 막걸리도 한잔 하곤 했다. 고즈넉한 분위기가 좋아서 그곳을 찾곤 했다. 급기야는 열댓명의 학생들을 데리고 초저녁의 풍광을 통해 김유정의 감정을 토해내는 환영(illusion)을 촬영하기에 이르렀다. 

내가 바라 본 김유정의 환영을 이야기로 풀어 보고자 한다. 30세도 안 된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 그 죽음을 받아 들일수 없을 정도로 생을 부여잡고자 했던 절박함을 사진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김유정에게 글 쓰던 초년의 열정과 꿈을 그렸다. 푸른 색은 나에게 새벽이다. 결국 그 색은 젊음이다. 청색의 환한 느낌을 희망으로 봤다. 물론 이 사진은 호수가에 비친 반영이다. 학교 안에 있던 작은 호수에서 발견했다. 녹색의 수련은 꿈이 영글어가는 형상이며, 영롱한 색감은 알토란같은 결실을 나타낸 것이다. 그의 초년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희망적이었으며 열정으로 가득했을 것이다. 신비로운 청색 속에 밝은 녹색이 주는 색감의 대비가 문인으로의 초기를 말하고 있다.

꽃망울이다. 꽃이 피기전의 모습이다. 주변에 붉은 색은 죽음에 대한 복선이다. 미세한 톤의 차이지만 열정을 표현하는 붉은 색은 아니다. 다운된 느낌이 왠지 기분 나쁜 색감이다. '못 다핀 꽃한송이' 도 안되는 꽃봉오리이다. 김유정은 살모사와 닭을 삶아 먹기위해 글을 써야 했던 말년은 비참함을 표현했다. 시들어가는 꽃봉오리 뒷편으로 스물스물 피어오르는 죽음의 느낌이 그를 짓누르고 있다. 그렇게 그는  생을 접었다. 

김 유정역 앞 성당에서 촬영을 마무리했다. 가지고 간 스트로보에 붉은 색 필터를 끼었웠다. 성모상과 건물의 중간을 향에 조명을 비췄다. 전문용어로 표현한다면 원 라이트다. 내용인 즉슨 이렇다. 요절한 소설가 김유정을 성모의 품에 안기게 했다. 이승에서의 한을 하느님의 세상에서 처절하도록 힘겨웠던 삶을 평온함으로 전환시켜주도록 하고자 했던 것이다. 이제 그는 천당에서 평화를 얻었기를 기원하면서 성당 앞으로 그를 끌고 간 것이다. 이렇게 김유정역에는 김유정의 숨결을 여기저기서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아쉬운 것이 있었다.  아마도 나는  조만간 이곳을 가지 않을 수도 있다.  개발되는 곳들이 그렇지만 시골마을에 현대식 건물들이 들어 서듯이 그곳에도 그런 조짐이 보였다. 제발! 그곳의 그 느낌을 저버리는 외형적인 발전에 길들여지지 않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내가 그곳을 찾는 이유는 자연 그대로의 그곳이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김유정이란 이름에 걸맞는 마을로 남아주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