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식의 인테리어로 치장한 식당들이 고객을 끈다. 그러나 변함없이 사람의 마음을 끄는 곳이 있다. 그곳은 마포 최대포갈비집이다. |
유행을 보면서, 사람들의 마음처럼 간사한 것도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간이 지난 후에 바라본 그 유행의 행위들을 보면서 우수꽝스러워 보이는 일도 적지 않다. 그러나 광신하며 쫓았던 그 행태들에게서 우리의 모습을 찾아보곤 한다. 그것이 단순히 인간의 개인 또는 군중심리일가? 아무튼 어떤 잣대로도 한방에 설득시킬 수 있는 논리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선술집하면 둥근 식탁 가운데 뻥 뚫린구멍이 떠오른다. 그 안에서 마징가 z라도 나올듯하다. 지글거리는 소리는는 바로 침을 고이게 한다. 처음 간 집이었다면 그 맛을 의심하고 돌다리를 두르리는 심정으로 젓가락을 끄적였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곳에 20년전에 다녔던 기억이 난다. 계속 갔더라면 단골이라고 했을 것이지만 단골은 아니다. 어느 시점에 잊고 살았다. 우연히 마포에서 만남이 있었고, 일행과 이곳저곳을 배회하다가 순간적으로 이곳 생각이 났다. 입맛과 더불어 추억이 떠올랐기 때문일 것이다. 입맛이 먼저인지 추억이 먼저인지는 시어머니도 모른다.
최씨성을 가진 친구가 그곳을 무척 좋아했다. 그리고 으레히 친구들과 만나면 그곳을 아지트처럼 모여서 '정겨운 소주한잔'을 빨곤 했다. 목살 소금구이, 이번 방문에도 그걸 먹었다. 추억의 국수를 비롯한 이런 저런 시골틱한 음식들이 메뉴판에 앉혀져있었다. 이곳의 컨셉은 추억으로 정한게 틀림없었다. 그랬기에 벽에 발라 놓았던 오래된 신문지와 예날식 식탁등 여러가지가 그대로였다. 아주 좋은 컨셉이다. 계절이 멀다하고 인테리어를 바꿔야하는 요즘 식당들과는 달리, 옛것 그대로를 고수하기만 해도 되지 않는가?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고기맛만 보러오는 것이 아니다. 과거의 추억까지 같이 쌈싸 먹는다. 단순한 맛이 아닌 두꺼운 목살에서 육즙이 새어나오듯이 기억도 스물거린다. 고단수 마케터들의 잔머리도 이곳의 추억컨셉은 따를 수가 없다. 묵묵히, 그냥 가는 것이다. 매우 친절한 것도 아니고, 그릇이나 식탁위에 올라온 것들이 그리 위생적이란 생각이 들지도 않는다. 그러나 나오는 것들마다 어딘지 모를 할머니의 손맛이 느껴지곤 한다. 이곳은 맛이 아닌 눈으로 먹는다. 그냥 추억을 싸먹으니 눈앞의 음식은 그 다음이다. 아무튼 나는 그날 그렇게 즐겁게 먹었다. 기분 좋게, 거나하게.
나이가 들면 들수록 과거를 쫒는다. 뭐든 새로움만을 추구하는 것이 길은 아니다. 음식을 먹는 행위나 또 다른 즐거움을 느낄 것들도 어떤 방식으로 그것을 기억하게 될까를 생각하면 간단하게 결론지어진다. 나는 사진으로 사람들의 과거를 남기지만 그 과정에서 나만의 방식으로 그들의 과거속 미래를 찍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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