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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휴 칼럼/Photo Essay

자연이 만든 이야기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자연은 장난꾸러기이다. 가만히 있는 우리에게 연신 말을 걸어온다. 때로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로, 때로는 으젖한 말투로 다가온다. 쉼호흡을 깊게 하고, 마치 단전호흡이라도 하는 것처럼, 자세히 훑어보면 그들의 말을 들을 수 있다. 잔잔한 음악소리를 지긋이 눈을 감고 들으면  환상적인 풍경이 그려지는 것처럼, 그렇게 그림 속의 이야기가 다가온다.

이런 말을 믿을까? 찍을때는 안보였다. 나중에 자세히 바라보니 보였다. 없던게 나타난 보물섬이 갑자기 나타난 걸까? 환영처럼 앞에 보이는 바위위에는 새 한마리가 먼 바다를 바라보는 듯 보이기도 한다. 아련한 기억처럼 해무 속에 가려진 풍경이 수묵화를 그려 놓은 듯 몽롱하다. 해를 가린 구름과 맞장구를 치며 가라앉은 분위기는 금새 신세계를 발견하곤 명랑해졌다. 사진은 보는대로 찍힌다고 말하지만 이 사진만큼은 달랐다.

바다를 바라보다 해풍에 야윈몸을 하고 서 있는 그들의 의욕적인 자태는 나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석양의 빛이 하늘을 노랑과 파랑으로 나눠버렸다. 멀리 배처럼 보이는 양식장의 구조물들, 항아리모양으로 주둥이 모양을 한 바다입구가  폭풍에도 안전하게 지켜줄 수 있을 듯한 믿음을 준다. 게들이 여기저기서 서성이고 있다. 일터로 나간 가장을 기다리는 아낙같다.  찰삭 찰삭 때리는 파도는 작은 모래사장에 다가와 사라지곤 한다. 그 반복이 대낮의 권태로움처럼 느껴진다. 자연은 끊임없이 말을 걸어오는 수다쟁이다.

바다로 내려가는 길에 길 가운데 버티고 서 있는 풀무더기. 시멘트 사이로 고개를 쳐든  생존의 처절함이 당당하게 보이는 이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란 의지가 보여졌기 때문일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생존은 자연과 일치된 청산도 사람들의 배려와 여유라 말하고 싶다. 이들의 다름을 추구하는 행태가 모더니즘을 꿈꾸는 예술가의 그것가 닮아 있다. 그 다름을 시도하기위한 고독을 의연하게 받아들이는 그 모습이 나와 뜻을 같이 하고 있어 정감이 갔다.

우리는 고독을 두려워한다. 그러나 그것을 극복하려하지 않는다. 자연은 우리에게 언제나 말을 걸어오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새침떼기처럼 고개를 돌리고 앉아 있다. 고민하는 힘의 저자, 김상중은 말했다. "자아라는 것은 타자와의 관계속에서만 성립된다. 즉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만 '나'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다." 내가 사랑하는 나라는 존재는 결코 혼자이어서는 설수 없음을 말했다는 의미에서 언제나 대화를 기다리고 있는 자연과의 관계맺기란 매력적인 만남이 아닐 수 없다. 그 선택의 주체는 바로 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