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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휴 칼럼/Photo Essay

2013년, 청산도로 떠난 가족여행.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여행이란 익숙함에서 낯설음으로의 이동을 말한다. 좀더 낯설을수록 그 자극은 더 커진다. 2013년 여름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청산도! 나의 블로그를 검색해보니 2010년 봄에 여러번 다녀왔던 기록이 있었다. 슬로우 시티 기획을 맡았던 신영석대표의 요청으로 그곳의 행사촬영을 맡았던 인연이 그 만남의 시작이었다. 그에게 제2의 고향이었던 것에는 비할 수 없지만, 푸근함이 이번 가족여행을 추진하게 된 계기였다.

아이들은 언제 봐도 해맑다. 내새끼들과 조카들이다. 물론 맨 오른쪽에 다리 짧은 아주머니는 나의 동생이다. 숨기려해도 세월의 흔적에서 벗어날 수 없나보다. 벽앞에 세워 놓고 갑자기 찍었다. 다양한 표정이 웃음을 자아낸다.  통일되지 않은 의상이 더욱 시골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아이들에게 기억은 어른이 되면 더욱 아련하게 다가올 것이다. 이 섬에서의 모든 기억들이 이 사진 한장으로 완벽하게 재현될 것이다.

바닷가에 소나무가 멋지게 자리를 잡고 있는 곳에 방을 잡았다. 밤새 파도소리가 들리던 그곳에서 우리는 2박 3일을 보냈다. 함께 웃었다. 웃음은 만들어서 웃었다. 그리고 또 웃었다. 숙취도 없었다. 인간에게 자연이란 자연치유적 존재였다. 가족과 함께 했기에 더욱 그랬다. 함께 하면 행복해지는 가족이었기에 우리는 행복했다. 등선너머로 해가 떴고 앞바다로 해가 지는 것이 나의 고향과 닮아 있었다.  

멀리에는 전복 양식장이 보인다. 주민들이 코스모스 밭에서 잡풀을 뽑아내는 일을 하고 있었다. 쉬는 시간이었다. 막걸리를 들고 있는가 하면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소박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검게 그을린 얼굴에는 자연의 아름다움이 묻어나고 있었다. 가을이 되면 하늘거리는 코스모스가 지나가는 사람들을 손짓할 것이다.

돌담마을로 발길을 돌렸다. 마을 중턱에는 나무 그늘이 있었다. 정감이 갔던 것은 그런 풍경이 아니었다. 후덕한 어르신의 미소가 정감이 갔다. 우리는 인사를 하고 그곳에서 잠시나마 흐르는 땀을 식힐 수 있었다.  돌담이 제주도처럼 되었다고 어머니는 연신 말씀하셨다. 인상깊으셨던 싶었다. 오래된 나무와 정자가 웃고 있는 어르신을 닮아 있었다. 몇일이라도 머물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멀리 산등성이가 보이고, 밑에서 찍은 사진에는 넓은 공간이 확보되어 보인다. 그리 넓은 공간은 아니었으나 여유로움을 표현하고 싶었다. 왜 였을까? 아마도 나의 마음 한켠에 여유를 끄집어내고 싶은 것은 아니었을까 싶다.


여행지를 안내하는 나는 예전에 갔던 곳을 안내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첫날 백짬뽕이 유명한 집에서 점심식사를, 서편제 영화촬영지와 드라마(봄의 왈츠) 촬영세트장을 넘어 화랑포를 걸어서 가족과 함께 이동했다. 두시간이나 걸렸다. 샛길을 통하여 바닷가의 길을 내려오면서 느끼는 바닷바람은 나의 고향에서 맛보는 그런 갯내음과는 달랐다. 그게 여행의 묘미아닐까 싶다.

어김없이 청산도의 하루는 저물어가고 있다. 반복되는 일상이건만 여행객에게 나가오는 모습은 왠지 다시 밝아오지 않을 것같은 아쉬움을 가져다 준다. 흐릿하게 힘을 잃어가는 강렬했던 태양이 인간의 삶을 은유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봤다. 가족과의 또 다른 여행을 기약하며 아름다운 그곳 청산도에서 우리의 추억을 담아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