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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관련/백작가의 '작가만들기'교실

라이카 New M 때문에 찍은 눈과 겨울생각.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남들의 카메라 펌프를 비웃었던 내가 라이카를 질렀다. 자기방어로 나의 행위를 포장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나의 삶이 바뀌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요즘 난 애지중지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일상을 더듬고 있다. 물론 강의시간에는 사람들에게 단조로운 일상 속에서 새로움을 찾으라고 이야기하면서 과제로 제출한 사진들에만 지적하기에 급급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나 더 보태면 나의 촬영행태는 수업용으로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특히 눈내린 대지의 풍부한 톤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raw 촬영이 유리함에 현상의 불편과 데이터의 무게감을 극복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초보 사진가에게 jpg촬영은 raw촬영보다 절대적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raw라는 유연함이 현장에서의 적극적 노출보기를 게을리 할 수 있기때문이다. 서오릉을 가는 길, 하천 주변으로 청소차들이 즐비한 곳에 운전기사들의 강의를 갔다. 가는 길에 눈내린 아침의 정취를 맛보기에 안성맞춤이었다. 깊은 하늘과 녹아내리고 있는 눈, 그리고 아직도 그 존재를 버티고 있는 낙엽의 자태가 소중한 기억처럼 애잔하게 느껴졌다.

작업복 차림의 남자를 따라 친근감을 표하는 개들의 몸짓이 여유로워 보였다. 비닐하우스에 늦은 오후의 그림자를 비추는 앙상한 나무들이 정겹게 느껴지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밤새내린 눈이 녹아내려 바닦을 번질거리게 만들고 있었다. 그곳에 비춰진 반영들이 차가운 겨울의 빙판으로  착각하게 만들고, 하늘이 묻어나 보이는 파란 색깔이 더욱 방안의 따스한 공기를 그립게 만들고 있었다. 남자를 따라가던 누렁이가 나를 보고 짖는다. 한참을 보고도 다시 낯설어하는 것은 예술가의 낯설게하기를 흉내내기라도 하는 듯하다. 누렁이는 여기저기 끼웃거리며 얼마나 얻어 먹었던지 살이 토실거린다. 

내부에 보온 처리된 탁한 비닐하우스가 겨울을 반기고 있었다. 바싹 마른 붉은 단풍과 갑작스런 추위에 놀란 '아직도' 녹색인 잎들이 바람에 흔날리고 있었다. 석양이 비닐하우스를 스팟조명을 비추듯 입체감을 더욱 강력하게 하고 있었다. 여전히 하늘은 깊고도 푸르렀다. 위엄있고 무게감있는 자태를 띄고서. 비닐하우스 표피에 그림자를 드리우는 나무들의 흔적은 마치 친구들이 놀러와 말을 걸어오는 듯했다. 

이 사진을 보고 뭘 찍었느냐고, 사진의 의미가 무엇이며 미학적 표현은 간데 없다고 투덜거릴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이들과의 대화를 통해 색다른 세상보기를 시도하고 있으며, 이번에 구입한 라이카의 색감과 질감을 풍미하기 위해서였다. 똑딱이보다는 조금 큰, 그러나 무거운 그의 자태에 빠져 애지중지 셔터를 누르고 있다. 그가 가진 고유의 톤을 살려내기위해 않던 짓을 하고 있다. 그것은 raw 찍기이다. 비싼 옷은 세탁소로 가고, 싼 옷은 그냥 물빨래를 하며 약자를 더욱 서럽게 하는 그런 꼴이다. 지금 그가 보여주는 세상에 빠지려 하고 있는 중이다. 풍경에 이어 스트로보 촬영의 질감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난 지금 몰입을 준비 중이다. 새로운 세상을 구현하기 위한 시도를 하기 위해 말이다.

자연의 조명비가, 색감이 정서를 말해준다. 따사롭거나 차갑거나... 하늘과 눈 그리고 햇살에 그림자를 남기는 나무들은 나의 카메라에 포착되어 그들의 삶에 자취를 남기고 있다. 지금 나는 라이카가 새로운 세계를 보여줬으면 하는 바램만이 존재할 뿐이다.


라이카 New M 때문에 찍은 눈과 겨울생각.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