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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관련/백작가의 '작가만들기'교실

개념적 기념촬영으로 기억을 담아라.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돈이 전부가 아니다. '일의 미래'라는 책에는 10년 후 직업의 개념에 대해 말했다. 이제 직업의 가치도 생존의 도구보다도 체험을 통한 자기만족으로 향하고 있다. 필요이상의 돈은 행복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여행이나 사진 찍기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여행지에서의 기념촬영은 그 개념부터 바뀌어야 한다. 사람들은 이제 틀에 박힌 여행과 그곳에서의 기념촬영을 식상해하고 있다. 이번 제주도 여행은 체험위주였으며, 기념촬영도 그것을 기반으로 이뤄졌다. 장소와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한다.

-소리를 찍다.
실제와 사진은 다르다. 맛깔나는 음식사진은 실제로는 먹기 곤란하다. 그것은 보여지는 것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이 사진도 그렇다. 귤은 적당한 크기에, 껍질이 얇은 것이 맛있다. 그러나 이 사진을 위해 알이 굵은 귤이 매달린 관상용 나무앞에서 잘 못 따낸 큰 귤을 가지고 촬영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옛말이 거짓처럼 들린다. 귤은 밭에서 그냥 서리하듯 따먹는 것이 최고다. 
사진에는 소리가 없다. 모습만이 존재할 뿐이다. 그러나 환호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소리가 들린다. 공중으로 던지 귤은 나무에 매달려있는 착시를 보여준다. 환호하는 모습은 기념촬영에서 중심이 되는 얼굴이 아니라, 전체를 바라보게 한다. 나무 앞에서 빤히 바라보는 일상적인 사진 찍기를 탈피하고자 했던 것이며, 이런 행위 속에서 담을 수 없는 소리를 찍어내기 위한 시도였음을 밝힌다. 

-추억을 찍다.
누구에게나 어린 시절의 눈싸움을 기억하고 있다. 증명사진은 그를 증명을 하기 위한 것이고, 기념촬영은 그것을 기념하기 위해 찍는 사진을 말한다. 단어는 친절하게 설명한다. 귤 밭에서는 귤이, 눈 밭에는 눈이 촬영소품으로 등장한다. 눈을 뭉칠 필요도 없다. 그냥 모아서 던지면 된다. 눈은 흰색이다. 그 흰색은 노란색 만큼이나 사람을 흥겹게 만든다. 신기한 것은 사람들에게 같은 포즈를 요구하더라도 각각 다른 느낌이다. 물론 시간차도 한 몫을 하지만 그 사람의 성향마다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배경이 잘 보이는 높은 지대를 택했다. 그곳은 화장실 앞이었다. 사진은 그것을 꺼리지 않는다. 결과에 충실할 뿐이다. 우리의 기억속에는  냄새나는 화장실이 아닌, 멋진 풍광을 기억하며 또 한번 웃을 짓게 만든다. 사진은 기억 속에 우리를 다시 만나게 한다.

-과거를 찍다.
새마을 운동으로 초가집은 자취를 감췄다. 문화는 그것을 보존하려한다. 제주도 민속마을의 초가집 앞에서 섰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사람들의 표정이 과거를 기억하기 시작했다. 밝고 경쾌하기 보다는 우중충하기 짝이없다. 관습적 사진촬영은 카메라를 바라보며 찍는 것이다. 그런 조건이 완성되지 않으면 NG라 명했다. 다시 찍는 것이 정답. 그러나 나의 의도는 그 당시 현장에서 그들이 하고 있는 일들을 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이다. 옆 사람과 잡담하기, 쭈그리고 앉아서 생각하기, 카메라를 예쁜척하며 바라보기, 찍은 사진 확인하기, 먼 산 바라보며 자신의 그 모습이 찍히기를 기다리기 등 다양한 찍히기 포즈를 통해서 그들만의 'different'를 체험하게 하는 것이다. 이번에는 귤이나 눈이 아닌, 초가집이 그들의 옛날로 데리고 가기에 충분했다.

-신기함을 찍다.

단풍 든 가을, 산 속의 풍광은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온 천지가 흰 눈이라면 또 다른 느낌이 든다. 사람들이 신기해하는 것은 낯설음으로 인한 임팩트이다. 다름을 추구하는 것은 창작자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인간 누구나 가지고 있는 갈망 때문이다. 기념촬영은 촬영자가 주도적이어야 한다. 이런 촬영은 눈 속으로 내가 먼저 들어가 모델이 된 나를 찍도록 유도하면 된다. 멋진 풍경도 계속 보면 식상해 진다. 풍경도 비슷하게 여겨질때 그 안에 일점을 추가하면 프레임은 달라진다. 즉흥적으로 가능한 것이 사람이 들어가는 행위를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추가적인 감흥에 잠길 것이다. 허벅지까지 빠지는 눈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일상에서 보기 힘든 똘끼이기에 더욱 그들의 시선을 잡아 끌 수 있다.

-미학을 찍다.
프레임 안에 프레임 만들기. 사진은 이성의 틀 속에 감성을 끼워 넣는 것이다. 프레임 속에 프레임, 그 안에 사람을 집어 넣는다. 교과적인  내용같지만, 행위를 찍는다면 ‘뻔한 것’을 탈피할 수 있다.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것이다. 렌즈를 바라보는 사람이 누구인지는 모른다. 그러나 그들만은 안다. 기념촬영의 의미처럼 그들의 행위를 기념하는 것이기에 그들만 알아 차려도 문제없다. 바람에 날리는 머리칼, 역광이 머리를 터치하고 길게 늘어선 그림자와 삼각형을 만든 프레임의 모양이 흥미롭게 해준다. 모델들의 포즈에서 미학의 기본인 콘트라포스토의 자세를 취하고 있다. 

-존재를 찍다.

사진으로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그것은 지향하는 곳에 그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찍어낸 사진 속에는 의도를 해석할 수 있는 것도 이런 이유때문이다. 이 장면은 찍고 있는 나를 발견하는 것이자, 'different’적 사진 찍기는 창작자의 기념정신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 있었다.'라는 요구는 공간과 시간 속에 일치된 바라보기를 통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라포형성처럼 같은 포즈로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같은 행위를 하는 것은 하나 됨을 의미하기에 충분하다. 

-종지부를 찍다.
여행의 끄트머리, 자신들이 들고 다녔던 소지품을 앞에 놓고 사진을 찍었다. 어떤 포즈도 필요 없다. 웃는 표정이 아니어도 좋다. 얼굴은 여행을 기억한다.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이 더욱 깊이 있는 여행을 말해줄 수도 있다. 좌측에 누군가를 기다리는 타인도 기념촬영의 일원이고, 이 사진을 찍고 있는 나 또한 일원이다. 타인은 기다림을 보여주며, 사진을 찍고 있는 나는 그들의 시선 속에서 기억을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은 2차원의 구성을 통해서 3차원스럽게 보여준다. 인물사진가로서 함께 했던 사람들에게 사진을 찍어줘야 한다는 의무감을 가지고 있었던 듯하다. '그것'이 아닌 '그'로 사물을 들여다봤다. 작가의 작품에는 콘셉트가 존재한다. 나에게 사진촬영은 그 찰나마다의 의미를 부여한다. 이미지만으로 그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 거기에 의도가 존재해야 생명력을 가진다. 그곳의 모든 것이 의도를 조언해 준다. 바람과 돌, 그리고 파도까지도.


개념적 기념촬영으로 기억을 담아라.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