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그림움 속에서 나를 만난다. 도심의 고층 건물들이 제아무리 뽐낸들, 오래된 우리의 것의 기품을 넘지 못한다. 피렌체의 도심은 17세기 이후 시간이 멈춰있다. 세상 사람들이 몰려든다. 그 시절의 향취에 취하려 한다. 부족함은 지혜를 낳고, 풍성함은 인간을 경솔하게 만든다. 조견당, 종가집이다. 며느리의 이야기 속에서 선조들의 지혜가 집안 구석 구석에 남아 있었다. 오래된 나무와 질감있는 담벼락과 기왓장들, 이 모든 것들이 과거의 어느 시점에 멈춰버린 듯한 느낌이 왔다. 생각에 잠긴다. 그 시절에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영상으로 뇌리를 스친다. 머슴들의 부지런한 몸놀림, 양반들의 느린 걸음들 사이로 여유로운 세상사가 들어온다.
아침부터 저녁나절까지 머물렀다. 햇살이 보여주는 아름다운 춤사위를 보기위해서 였다. 색감으로, 방향으로 온갓 질감으로 고택 주변을 그림 그리듯 풍광을 다양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아침 나절에는 구름사이로 현란하게 햇살이 춤을 추더니만, 오후가 되면서 부드러운 음성이 속삭였다. 대문앞 장독대가 놓이고, 그 앞으로 솟대의 위용이 지나가는 사람의 마음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낮은 담장너머로는 집안의 속내가 비춰지고, 마당에 심어진 이름모를 키작은 나무들이 조화로웠다.
손님을 맞기 위해 곱게 차려입은 며느리의 옷맵시가 수줍게 보였다. 주인의 손길이 안팎 무엇하나라도 말을 걸어오는 듯했다. 새로운 것에 치중하는 것보다 옛것을 너그럽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오후에 들렀던 사람들은 마당에서 음악을 감상하며 전통차를 마시고 있었다. 블로그를 뒤져보니 그곳에는 '고택 스테이'란 이름으로 과거를 더듬는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마음의 여유만 있었어도 하룻밤 묵으며 선조들의 지혜를 접해도 좋으련만하는 아쉬움을 남기며 돌아왔다.
조견당, 과거에서 지혜를 찾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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