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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휴 칼럼/Photo Essay

화계사에서 가을 빛을 만나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절이 산에 있어야 운치가 있다? 자연과 더불어 존재하기에 겸손과 여유가 담겨서일 것이다. 2014년 11월 어느날, 성북구 평생학습관의 수강생들과 화계사에 올랐다. 경내가 아침 햇살을 받아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오늘의 강의, 자연의 속삭임을 들어라. 그리고 절에서는 과거의 타임머신을 타고 상상의 나래를 펴라. 두가지의 과제를 남기고 둘레길로, 절 안으로 사진을 찍으러 다녔다. 둘레길을 걸을때는 나무가지 사이로 비춰지는 햇빛에 촛점을 맞추고, 내려오면서는 계곡에 떨어진 노랑 빨강의 단품잎들을 찍기에 분주했다. 가을은 지나간다. 속절없이 지나가지만 카메라에 담긴 풍광은 우리의 마음 속에서 영원히 존재한다.

단청이 고풍스런 건물 사이로 가을빛이 인사를 한다. 한 보살이 바쁜 걸음을 하고 있다. 건물 밑으로 보이는 노랑 빨강의 꽃들이 수다를 떨고 있다. 햇살을 머금은 대나무 이파리는 바람에 흔들리는 듯한 착각 속으로 인도한다.

물 마른 계곡 건너, 부부로 보이는 등산객이 산행을 시작하고 있다. 어찌나 빠르게 지나가는지 한 컷 찍고 노출을 확인하니 사라져 버렸다. 계획했던 곳까지의 거리가 많이 남은 듯 정신없이 달음질치듯 스치고 지나쳤다. 묻고 싶다. 가을 등산을 왜 하는냐고. 가을을 느끼는 산행이 아니라 출발지에서 도착지까지로 향하는 단순 이동의 개념이상은 없는 것일까? 가을날 아침 햇살이 충분히 그들의 발걸음을 잡을 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아쉽게 바라보고만 있었다. 찰칵, 찰칵!

동료 한명을 불러들여 즉흥 모델을 세웠다. 자연 속의 인물은 또 다른 감흥을 준다. 찍는 사람들의 뒷모습 아래 그림자들이 춤을 추며 사람들을 반기고 있었다.

빛과 그림자, 빛이란 있으면서도 있는 둥 없는 둥 겸손하기 짝이 없다. 바위와 나뭇잎 그리고 나무 바닥이 어우러져 선명한 자태를 뽐낸다. 바닥에는 낙엽이 멀리에서 찾아와 쉬고 있다. 사이로 들어온 그림자가 말을 건낸다. 오랫동안 혼자이어서인지 설레 보인다.

기념촬영이었으나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사람과 동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자연과의 어울림 속에 그들이 굳이 보일 필요는 없다.

무엇이 허상이며, 무엇이 실상인지는 그 누구도 모른다. 물에 비친 허상같은 실상이 우리의 생각에 돌을 던진다. illusion!

가을이 되면 나무에 매달리 잎파리나 떨어진 낙엽이나 신세는 같다. 시간차일 뿐 언젠가는 바닥에 떨어져 세상을 꿈꾸는 팔자리니. 고개를 들어 나무가지 사이로 단풍이 보이고, 고개를 숙이며 낙엽이 인사를 한다. 우리는 그들을 어떻게 대할 것인지의 문제만 남아 있다. 가을을 진정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한단 말인가?


화계사에서 가을 빛을 만나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