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로망은 미래에 존재한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어린 시절은 로망처럼 아련하다. 생각만으로 미소를 머금게 된다. 미래는 희망이라는 기대에 의해서 밝아지지만, 과거는 지긋이 눈을 감고 기억하며 즐거움에 의해서 다. 미래의 희망이나 과거의 추억을 로망이라는 한 단어로 활용하여 표현하고자 한다. 빛바랜 사진에서의 낭만적인 이미지는 가슴 가득 뿌듯함을 안겨준다. 그걸 기억하는데는 어떤 특별한 조건은 있지만 딱히 뭐라고 말하기엔 부족함이 있다.
쑥개떡이다. 이 이름만 들어도 50이 넘는 사람이라면 과거를 떠올린다. 바로 침을 흘린다. 맛과 멋이다. 맛있기도 하지만 추억 속으로의 여행을 떠나는 멋진 기억으로 간다. 이 사진이 나의 페친들에게 관심을 보였던 이유도 그거다. 자신이 그걸 엄청 좋아한다고 했다. 쑥개떡을 좋아하는 사람은 그냥 맛있다라고 하지 않고 엄청 맛있다라며 오버액션을 한다.
쑥깨떡! 의미에서 다양성을 가지고 있다. 쑥은 단군신화에 나온 영험한 단어임에 틀림없다. 그러다가 두개의 명사가 합해진 쑥떡은 비웃음이나 욕설같은 의미로 치부되기도 한다. 나에게 어린 시절은 못마땅하여 언찮다는 표시로 손과 팔을 이용하여 먹여줬던 무기같은 것의 명칭이었다. 또한 순식간에 감정을 자극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였다. 한방 먹으면 약올라 죽을 지경이었다. 개는 사람들과 오랜 세월 동물들 중에서 가장 가까이 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단어이든 개라는 단어가 겹쳐지면 그 의미가 추락하고 만다. -새끼, -자식, -판, -소리, 뭐 할 거 없이 함께 하면 망가지는 건 시간문제다.
쑥떡 사이에 개가 끼었다. 그러면서 쑥개떡이란 작품이 탄생되었다. 이 단어 하나면 어린시절 고향을 떠올린다. 그러면서 쑥떡의 분노와 개떡의 폄하적 단어의 합이 아주 멋진 기억과 맛을 선사하는 쑥개떡이 된다. 어째튼 쑥개떡이란 어마 어마한 단어의 탄생은 의도적인 부분이 다분이 존재한다. 그것은 쑥, 개떡이란 쑥떡과 개떡이란 열악한 상황의 단어들이 조합되어 몹시 안 좋을 거란 선입견을 주어 기대하지 않게 만든 후 맛을 보여주는 것이다. 소문난 잔치 먹을 거 없다는 말과는 반대되는 상황을 의도한 것은 아닐까 싶다. 선조들의 지혜는 끝이 없음을 인정한다. 소문난 잔치와 같은 기대치에 실망한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언어적 유희가 아닐까. 쑥떡과 개떡의 부정적인 의미의 합이 긍정의 총합인 쑥개떡을 만든 것이다.
비싼? 선글라스를 쓴 농부라. 약간은 삐딱한 표정으로 농촌의 삶에 불만을 표시하는 듯하다. 1년에 한번, 연례행사처럼 모내기를 하러 간다. 아낙들이 쓰는 천이 달린 모자를 쓰고 들녘에 섰다. 더운 날씨지만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여간 시원한게 아니다. 간척지의 광활한 대지가 도심에서 쌓였던 먼지를 훌훌 털러버리게 한다. 나의 역할을 모판을 나르는 어머니의 보조 역할이다. 매제는 이앙기를 몰고, 칠순이 넘으신 아버지가 트렉터로 모자란 모판을 가지고 오신다. 나는 모판을 트렉터에 실기도 하고, 뭐 허드랫 일을 한다. 표시도 안나지만 힘든다. 젊으니 어렵다고도 못한다. 고향에 다녀오면 몇일은 온몸이 뻑적지근하다. 그래도 그때의 추억은 삶에 활력소이다.
아버지의 트렉터 안에서 양쪽 문을 열어 놓으면 그늘막이 되면서 시원한 바람이 통과한다. 아버지는 들판에 나가시면 홍길동이다. 앞쪽으로 먼지를 날리며 다가오는 트럭은 아버지를 의미한다. 들녘에서 음악을 틀었다. 이미자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늘어진 테이프가 인간적이다. 그래도 들으면 흥이 난다. 칠순 부부가 농사일을 한다는 것은 육체적으로 고단한 작업이나, 이 일이 있어야 마음이 편하다. 정신과 육체의 오묘한 조화라니.
간척지다. 바다를 막아 만든 논이란 뜻이다. 두 다랑이를 심어야 한다. 이양기가 돌아오면 점심을 먹어야 한다. 어머니는 배달해서 먹을 수 있는 편리함을 포기하고,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집밥'을 준비하셨다. 올해 100세 시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다시 시어머니와 산다. 길가에 차라도 지나가면 먼지가 풀풀. 바람이 방향을 달리하여 우리쪽으로는 오지 않는다. 세상은 우연이지만 자연스럽게 사람과 잘 어울린다.
모내기를 마쳤다. 마치고 돌아오는데 모판이 남았다. 내일 심을 논에 사용할 거다. 부족함보다 남아도는 풍성함은 인간의 마음을 여유있게 해준다. 모가 모자라면 모도둑도 생긴다. 사람이 아니라 세상이 선악을 부추긴다. 하늘은 맑고, 몸과 마음을 개운하며 즐겁다. 씨를 뿌리고, 가을을 기대하는 농부의 마음은 항상 풍요를 기원한다.
흙냄새, 개구리의 울음소리, 그리고 농로를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인사가 농촌의 모습이다. 현재가 혼돈스럽거든 들녘으로 가라. 들판에 불어오는 바람에 이마에 먼지를 날려버리게.
쑥개떡, 들녘이라는 추억이 되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백승휴 칼럼 > Photo Essay'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람이 분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0) | 2015.06.03 |
---|---|
'더불어 함께 있음'을 조각하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3) | 2015.06.03 |
<아트인문학 여행> 베스트셀러 기념, 책에는 없는 사진이야기 1.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0) | 2015.06.01 |
청당동 성당, 회춘 프로젝트 <즐거움을 찍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0) | 2015.05.31 |
아티스트 하춘근, 대한민국 BIG EYE 프로젝트. by 사진작가 백승휴 (0) | 2015.05.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