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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휴 칼럼/Photo Essay

아티스트 하춘근, 대한민국 BIG EYE 프로젝트. by 사진작가 백승휴

한 작가를 꽃피우는데  소쩍새는 몇날 몇일 밤을 울어야 할까? 답은 울어서 될 일이 아니다이다. 그 만큼 국화꽃 피우기보다도 힘든 작업임에 틀림없다. 이제 사진이라는 장르가 어느 한정된 사람들의 공유의 장이 아니다. '누구나'라는 무책임한 멘트를 날리고 진정한 작가들은 소심한 날개짓을 하고 있다. 신비주의란 이름으로 점점 그 자취를 감추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진이란 영역이 긍정과 부정적 개념으로 혼돈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결코 좌절할 일은 아니다. 더 고심하면 더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란 말처럼 어려움을 극복했을때 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다. 


인사동의 나우갤러리에서 대한민국을 걱정하고 사랑하는 사진가를 만났다. 안에서 맞이하는 그는 흑인 직전 단계의 포스를 하고 있었다. 이유는 대한민국 방방곡곡을 누비느라 거친 태양에 노출되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검게 그을린 것은 속이 타버린 반증인지도 모른다. <사진작가의 사진고민>이란 책을 저술하면서까지 그의 고민을 토로하고 있었다. 

전시장은 아담했다. 개인전을 겸손하게 하기에 좋은 공간이었다. 들어가자마자 인사를 하고 의자에 가방을 내려놓고 나의 분신이라도 되는냥 사진을 찍었다. 중앙에 마지막으로 찍었다는 독도 작품이 당당하게 관람객을 주시하고 있었다. 생각이 난다. 2007년 <개똥철학>이란 개인전 첫날, 방문한 유명작가가 한마디 물었다. 아니 조언을 해주었다. 처음과 마지막에 찍은 작품이 어떤 것이냐고, 이것과 저것이라고 했다. 그랬더니 그는 말했다. "그봐 사진이 훨씬 좋아졌잖아요. 계속 찍으세요. 이 시리즈로 말이지." 이렇게 말을 하고 금방 나가버렸다. 나도 하춘근 작가에게 이 말을 하고 싶었지만 내공이 약한 나는 벙어리 냉가슴만 앓았다.

대한 민국 곳곳을 다니면 장시간 사진을 찍어낸 것은 작가의 주요덕목 중에 하나인 지속성의 결실로 보았다. 다양한 곳의 작품을 찍은 다음 후작업을 통하여 시공간을 '응축과 융합'이라는 키워드로 논리를 구성하고 있었다. 의도와 해석은 각각의 몫이기에 나는 떠올렸다. 그 말도 의미가 있다. 그러나 사람을 찍는 나는 하춘근이란 작가의 전직이 디자이너이기에 더욱 그가 가진 것으로부터 그를 차별화하기 위한 시도였다. 그를 지헤로운 사람임에 틀림없다. 

전시 작품 중 끄트머리에 찍은 작품은 독도작품이라 했다. 그는 독도에서 이상향을 표현하고 있었다. 오랜 세월 척박한 풍토 속에서 생존을 위한 직업인으로 삶에서 이제는 자신의 로망을 찾아 나선 것이다. 사방에서 찍은 사진을 합하여 표현했다는 그는 합한 것이 아니라 그 마음 속에 이상세계를 구현한 것이다. 독도사진에서 섬의 중앙으로 갈 수록 흐릿해지면서 사라질 것만 같은 아쉬움을 주는 이 작품에서는 그가 살아온 아슬아슬한 삶의 흔적처럼 보였다. 각각의 장소를 결집시켜 또 다른 세상을 완성하고 있었다. 자신의 바람을 길가에 부러대는 바람으로 표현하며 화려한 채도보다는 겸손하며 먹먹한 느낌을 톤으로 그려내고 있었다. 산수화의 여유로움이 묻어난 작품에는 그 여유를 자신에게로 결부시키고자 했다. 땅을 찍었지만, 그 땅을 한데 모았지만 이제 그는 땅위에서 당당하게 서 있다. 대한민국이라는 자신이 생존하고 있고, 있었고, 있을 그 곳으로 점점 가까이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현재 그는 설렌다. 몰입하고 있고, 욕심내고 있다.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는 지금 자신의 운명과의 질퍽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따놓은 당상이다. 져도 진 것이 아닌 싸움은 무조건 하춘근 작가의 승이다. 삶이 달라지고 즐거워지고, 또한 그는 타인에게도 그의  놀이에 참여하기를 권하고 있다. 대한민국을 넘어 우주의 구석구석까지 찾아다닐 기백을 뒤로하고 전시장을 나왔다.

시드는 꽃보다는 작가의 꽃피울 것을 응원해달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그러나 꽃이 전시장에 세워져야 대한민국의 경제가 돌아간다고...  디자이너가 전시 디자인까지 전체적으로 꾸미고 있었다. 사진작가로 작업을 할때는 더 훌륭한 후배들에게 전시 디자인을 맡기는 것도 대한민국의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ㅋㅋ. 또 다시 시공을 초월한 이상세계의 구현할 것을 응원하는 바이다. 어딘가에서 긴머리 풀어헤치고 셔터를 눌러대는 야수와 같은 그를 만날 듯한 환영이 그려진다.


아티스트 하춘근, 대한민국 BIG EYE 프로젝트. by 사진작가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