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춘 프로젝트, <즐거움을 찍다>
즐거움이란 추상명사를 진정 찍어낼 수 있을까? 텍스트와 이미지를 결부시켜 형상화하는 것이 나에게 요즘의 흥미거리이다. 사진 촬영은 원하는 걸 찍는데 있다. 거기에는 두가지의 방법이 있다. 나올때까지 기다리던가 아니면 억지를 부려서라도 만들던가. 나는 후자를 자주 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천당에 가려거든 노인들을 행복하게 하라.' 누군가가 내게 던져준 정보다. 그게 아니어도 노인이란 우리의 미래가 아니던가. 몇일전 아침에 갑자기 떠오른 문장, 나를 자뻑하게 만든게 있다. "인간의 마지막 직업, 노인!". 노인들의 삶은 젊은이들에게 비전이다. 국가가 국민에 대한 약속을 따로 할 필요가 없다. 노인이라는 미래가 밝으면 그것은 자신의 일에 충실할 수 있다. 노인을 직업이라고 말한데에는 이런 역할을 하기 때문이었다.
인간의 삶을 그린다면 포물선이 될 것이다. 아이의 순수함에서 노인의 내려놓음으로. 아이의 무에서 시작하여 노인의 무로 끝나는 수순말이다. 아이는 시작이기에 순수하고, 노인은 가졌던 것을 내려 놓아야만 순수해진다. 그러나 노인이 그것을 거부하면 혼돈 속에서 헤어나오기가 쉽지 않다. 자기고뇌에 빠지게 되고 얼굴에 주름은 더욱 깊어만 간다.
펜을 잡고 집요하게 뭔가에 빠져있는 얼굴하며, 호기심어린 표정울 하고 공감하는 모습들이 모두 아이의 얼굴을 닮았다. 노인을 추함보다는 순수함으로 바라본다면 정말 매력적인 나이가 아닐까싶다.
사진을 찍으려면 영정사진이니 장수사진이니 뭐 뻔한 질문을 한다. 그러나 그건 아니다. 즐거움을 찍는다고 했다. 같은 것을 찍는 것 같지만 즐거움을 찍는 것은 계기부터가 다르다. 위의 사진은 왜 즐거움을 찍어야 하는지, 그런 사진을 찍으면 어떤 효과가 있는지 설명해주고 있다.
4장의 사진은 동료 사진작가가 찍어준 것이다. 감사한 일이다. 사자성어로 표현한다면 무아지경이다. 몰입, 선택과 집중! 노인에게 내가 가진 에너지를 쏟아내는 것이다. 그것만이 그들에게서 즐거움이라는 에너지를 뽑아낼 수 있다. 사진을 찍기를 거부했던 노인이 사진을 찍은 다음에 춤을 주는 광경을 목격하기도 하고, 아이처럼 V자를 그리며 장난스럽게 아이처럼 웃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광경인가? 노인들의 밝은 모습이 아름다운 것은 기본이다. 더 아름다운 것은 사진을 찍는 사진가들이 노인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는 것이다. 이 시기의 노인들은 어른을 공경하고 살아왔고, 그 만큼을 보담을 받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가 노인에게 잘 해야하는 것은 의리이다. 인간과 인간이 서로 지켜야 하는 의리 말이다. 그걸 어기면 신뢰는 무너진다. 노인이 행복해야하는게 국가적 차원의 과제이다. 우리는 민간 차원에서 이런 즐거움을 만들어내는 일을 하는 것은 대단한 의리의 실행이다. 사진을 찍은 후 줄에 메달아 전시를 했다.
표정이 자연스럽다는 것은 평상시에 자주 짓던 표정이란 뜻이다. 표정은 얼굴의 근육에 의하여 만들어지기 때문에 자주 쓰던 근육이 순간적으로 자연스럽게 나타난다. 보라! 아이와 다를게 뭐가 있는가? 밝게 웃는 모습들이 그들의 일상이다. 아니 그러길 바랄 뿐이다. 고심하며 하루를 보내나 웃으며 보내나 하루는 그 하루는 스스로 우리곁을 떠난다. 기억이란 흔적만을 남겨놓고. 그 기억은 수정될 수 없는 것이기에 그 순간을 잘 만들어내야 한다. 그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 흐르는 강물과 같다. 시간의 추척 속에서 우리의 인생은 하나의 정형화된 틀을 만들며 마감된다. 인생이 그렇듯이...
노인들 못지 않게 즐거워하며 고마워하시던 분은 청담성당의 주임신부셨다. 나의 저서, 아트인문학 여행까지 덤으로 선물을 드렸다.
즐거움을 찍는다는 것은 찍히는 사람 뿐만 아니라 찍는 사람도 즐겁다. 즐거우려거든 즐거움을 찍어라.
청당동 성당, 회춘 프로젝트 <즐거움을 찍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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