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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휴 칼럼/Photo Essay

눈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프레임은 좋아하는 것만 담는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사진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담아낸다. 그래서 사진에는 그 사람의 마음이 담겨있다. 무박2일로 정동진으로 향했다. 이른 아침 해돋이는 뒷전이고 햇빛이 비춰내는 사물에만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물론 그건 나의 지도 방식이다. 똑같은 시각, 똑같은 곳에서 찍은 사진일지라도 저마다 다른 사진을 찍어낸다. 두 작가의 사진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한다. 이름은 표규현과 함현규이다. 이름이 앞뒤로 뒤집으면 똑같은가 하면 표씨와 함씨라는 성도 뭔가 연관성을 띤다. 표는 표시내려하고, 함은 함구하려 한다. 표는 관심받으려 하고, 함은 은폐시키려 한다. 함구와 표시! 우연의 일치라고만 말하기에는 좀 거시기하다.

표규현 작.

우리는 바닷물이 이렇게 맑고 깨끗하며 하얀색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못한다. 바닷물은 파랑이었다. 파도가 밀려온다. 바닷가에서 오랫동안 기다렸을게다. 여러번의 실패도 있었을 것이다. 성난 파도의 꼭대기로 햇빛이 비춘다. 낯설다. 시각이 다른 사진이다. 역시 표규현작가는 표시내어 뭔가를 규정하며 관심받고자 했다. 틀림없다.

함현규 작.

아침태양의 강렬함이 바닥을 후려친다. 느린 셔터 스피드를 위해 삼각대를 세웠다. 인간의 시선보다 느림은 다른 세상을 보여준다. 파도의 포말이 느린 셔속에 의하여 바닷물의 표면을 덮어버린 것처럼 보인다. 거센 파도가 온순해진듯, 대지를 감싸고 있다. 색다르다. 따스하고 정감있다. 함현규의 '함'은 뭔가를 숨겨놓고 덮어주려한다.   

표규현 작.

표규현작가는 언뜻 풍차가 멀리에서 날아오르는 거대한 새모양으로 봤다고 했다. 선명하고 큰 이미지이기에 형상을 확인할 수 있지만 스치듯  건성으로 바라보면 틀림없는 새가 카메라를 향해 날아드는 듯한 위기감을 준다. 

함현규 작.

함현규작가는 해돋이의 사진에는 태양은 관심없고 사람만 보인다. 보고자하는대로 보이는 것이다. 태양의 오메가는 안중에도 없다. 바램이 조각배를 만들어냈고, 둘 사이에서 대화가 있다. 모두가 기다리는 순간은 아니다. 그 순간을 원하지도 않는다. 나 자신이 주체가 된 이미지로의 완성을 꿈꿨던 것이다. 세상에 둘도 없는 함작가만의 내면의 세계가 조심스럽게 비춰지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다름을 표현한다. 그것은 타인으로의 시선을 끌기위한 방식이기도 하다. 비슷해도 다르다고 우기면 할 말은 없다. 사진은 순간을 잡아낸다. 사진은 기다림이다. 그런 사진이 애착과 정감이 간다. 의미가 부여된다는 것은 생명력을 부어 넣는 것이다. 사진이 사람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의미로 다가오는 것은 해석이다. 

발설하려는 자와 숨겨 놓으려하는자, 누가 더 고단수일까? 은폐라는 것은 보여주기를 갈망하는 마음의 표현이다. 연예의 밀땅처럼 너무 들이대는 것보다 밀고 당기는 기술이 필요하다. 어째튼 둘 다 만남을 기다리는 의지를 가지고 있음에는 다르지 않다.


눈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프레임은 좋아하는 것만 담는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