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백승휴 칼럼/Photo Essay

여행의 흔적, 사람이 그립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우연한 만남, 나는 그걸 즐긴다. 때로는 일부러 만들어 내기도 한다. 갔던 길은 피해서 낯선 골목이나 오래된 인적 드문 길을 택한다. 허름한 곳을 찾아서 그집에서 잘하는 음식을 해달라고 주문한다. 할머니면 더 좋다. 친절하지 않아도 된다. 우연히 일어난 일, 의도적이거나 계획적이지 않은 것들이 요즘 나에게 다가온 신종 언어이다. 나 못지 않게 다른 사람들도 좋아하는 걸보며 더욱 흥미로워졌다. 그게 바로 낯섦에 대한 설레임이 아닐까?

5-6명정도가 여행하기에 좋다. 조금 더 많거나 적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물론 혼자 떠나는 여행도 특별함이 있다. 아무튼 여행은 즐겁다. 그건 바로 익숙함으로부터의 탈피를 의미한다. 건조한 일상으로부터 찾아오는 권태를 떨쳐버리는 좋은 방법이다. 사람들과 떠나는 여행의 별미는 에피소드에 있다.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을 접하며 사람들의 반응이 알차다.

이 장면은 시간이 흐렀기때문에 채도를 좀 뺐다. 그래야 그 시간스럽기 때문이다. 골목을 걸어가며 식당을 찾고 있었다. 전주 한옥마을, 골목을 지나가는데 갑자기 소낙비가 내렸다. 좁은 우산으로는 굵은 비를 피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근처의 음식점으로 무장적 들어갔다. 식사는 안되고 차만 된단다. 인심도 좋으셔라. 비를 피하고 가라했다. 우리의 요청에 따라 추천 맛집을 권해줬다. 그 맛집은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 동네 사람들이 인정하는 일명 원주민이 애용하는 맛집이었다. 처마밑에 앉아 있는 모양이 초라했던지 시식하라며 따뜻한 차 한잔을 내다주며 맛이나 보라했다. 전주의 멋과 맛을 한몫에 보는 기분 좋은 추억하나가 만들어졌다. 비는 주룩주룩 지붕에서 모야져 마당을 때린다. 이럴때 느끼는 아늑함이란, 어린 아이처럼 우리는 마냥 즐거웠다. 서로 흥에겨워 이야기를 만들어내기에 바뻤다.

조만간,  기차여행을 떠난다. 다시 이곳을 찾아갈 것이다. 이젠 차라도 한잔 팔아줘야겠다. 여행에서 남는 건 사람들과 나눴던 기억들이다. '그리움만 쌓이네.' 노랫가사처럼 그 사람들과의 이야기 속에 담긴 그리움만이 남는다. 삶에서 남는 것은 그리움이다. 그렇게 하루 이틀, 한달 두달 그렇게 해가 지나가며 넉넉한 얼굴을 하며 삶은 무르익는다. 삶에서 그리움이란 곳간에 쌓이는 곡식과 같다.


여행의 기억, 그리움이 쌓이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