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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휴 칼럼/Photo Essay

여행은 아이를 만나는 것이다. 연합뉴스 마이더스 칼럼.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여행은 아이를 만나는 것이다.


누구나 일상을 벗어나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한다. 마치 회귀하는 물고기처럼. 우리는 바쁜 일상에 중독되어 살아가며, 옳은 삶인냥 착각하고 뒤에 후회하곤 한다. 늘 그런 반복의 삶이다. 모두가 그럴지도 모른다. 그래서 떠났다. 무박이일, 정동진에서 아침을 맞을 생각으로 훌쩍 떠났다. 달걀과 사이다를 챙겨서 밤 열차에 몸을 실었다. 기대 이상의 기대를 안고서. 새벽 4시 30분, 기차는 어김없이 정동진 앞바다를 보여주었다. 해는 보이지 않았으나, 그 직전의 화려함에 빠져들었다. 

누워서 파도소리를 들으며, 밝아오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일어나 뛰었다. 소리도 질렀다. 어느새, 어린 아이가 되어 있었다. 목소리도 아이들처럼 경쾌하고 가벼웠다. 파도가 고함쳤다. 장엄한 오케스트라처럼 고음을 뱉어내며 아이를 반겼다. 바다가 같은 바다가 아니었고, 똑같은 파도도 없었다. 소리와 모양이 그때마다 달라서 한참을 지켜봐도 식상하지 않았다. 파도는 밀고 당기며 아이의 마음을 붙잡았다. 카메라를 내려놓고 한참을 그 모양에 빠져 멍하니 서 있었다. 놀이에 빠진 아이처럼 마냥 즐거웠다.

바쁜 일상은 마음 안의 아이를 가둬놓는 것이다. 여행은 아이를 만나는 것이다. 바다와 바람과 파도와도 자유로운 대화를 나누는 아이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