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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휴 칼럼/Photo Essay

<아트인문학 여행> 베스트셀러 기념, 책에는 없는 사진이야기 4.레오나르도 다빈치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신비로움을 사진으로 표현한다면'

이런 가정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러나 신비라는 언어를 사진으로 시각화 한다는 것은 사진가에겐 고민이다. 이유는 신비라는 단어 자체가 느낌이기 때문이고, 그 느낌은 표현하는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비라는 단어는 예외로 해도 될 듯하다. 신비의 정의 자체가 미스테리다. 미스테리하기에 때로는 엉뚱한 표현법을 써서 그 과정과 결과를 미스테리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것도 나쁘진 않다. 사진에서의 표현은 예견과 자기확신일 뿐이지 명확한 답, 누구나 공감하는  결론은 아니다. 그렇다면 신비로움에 대한 나의 생각은 어떨지...

제목이 은폐와의 전쟁,  레오나르도 다빈치이다. 워낙 다빈치는 알려진 게 별로 없는 인물이다. 그래서 신비주의자란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은폐란 숨겨져 있다라는 단어로 신비를 대신하기에 적당하다. 적당하다는 말은 딱 맞아 떨어진다는 뜻은 아니다. 그냥 말 그대로 적당하다는 것, 차용이다.

나는 신비를 어둠으로 보았다. 칠흑같은 어둠이 아니라 어둠 속의 디테일이 살짝 살아있는 어둠. 살짝씩 비춰지는 그 안에 혼재된 인식의 가치들이 다양한 의미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애매하다는 것은 태도의 문제가 아니라 인식의 문제이다. 애매하기란 딱히 그 내용을 규정하기가 힘들다. 임자없는 땅처럼 먼저 선점하면 되는 것이다. 어슴푸레한 이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 사실, 사람의 태도로 보자면 이보다 더 답답할 노릇은 없다. 그러나 태도가 아닌 인식의 문제로 돌려 놓으면 이보다 더 다양한 설정도 없다. 다양성을 끄집어내기엔 딱이다. 숨겨진 다빈치의 삶들과는 달리 그의 생각들은 많은 분량의 메모 속에 담겨있다. 생각은 노출되어 있으나 사람들은 그의 삶을 궁금해 한다. 숨기면 숨길수록 파고드는 것이 호기심이다. 그 호기심을 어슴푸레한 불확실성 안에 넣어 두고 놀이를 하는 것이다. 말장난일 수도 있다. 장난 같은 놀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이만한 흥미거리도 없다. 

이렇게 나는 밀라노 두오모성당 광장에서 다빈치라는 의미 즉 존재와의 만남을 시도하고 있었다. 좌로는 밀라노의 두오모 성당이 있고, 정면에 태양이 비춰지는 곳 주위에 종탑이 보인다. 그 곳에는 그 시절 다빈치의 작업실이 있었다하니 강렬하게 비춰지는 태양은 그를 의미할 수 밖에 없다. '화들짝', 반기는 그의 모습으로. 은폐의 의미는 아이들의 숨바꼭질에서 '나 잡아봐라!'와 같다. 자신의 위치를 알려주는 듯, 은폐는 그렇게 살짝만 숨기는 것이다. 단서를 남겨 놓은채. 내가 도착한 시점은 아침이 많이 진행된 순간이었다. 그러나 강렬한 태양이 짙은 그림자를 만들어내며 신비의 옷을 입고 있었다. 아마도 여느때와는 달리 나와의 만남을 주선하고 있었기에 그랬을 것이다. 서두에 사진은 자기확신일뿐이라는 말처럼 나는 스스로 그와의 만남을 확신하는 것이다. 여기에서의 그는 존재이지 다빈치라는 존재자가 아니다. 단지 존재이다. 그의 의미이며 그가 했던 행위의 기억이다. 그 안에서 그의 삶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나의 사진찍기 방식이다.

이테리 여행초기 한동안 혼란에 휩싸였던 나에게 다빈치의 존재가 강렬한 태양아래 신비의 어둠을 깔아놓은 상황이 펼쳐졌다. 나는 그를 만났고, 당당하고 여유로운 여행이 시작되었다. 


<아트인문학 여행> 베스트셀러 기념, 책에는 없는 사진이야기 4.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